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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호/신작시/김병심/사랑 변경선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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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병심
사랑 변경선
나는 영원한 사랑을 갖기 위해 여러 번 이별을 해보았네. 나는 잠을 빼앗겨도 좋은 불면의 만남을 좋아하고; 거울 앞에서 표정을 연습하는 연예인이 되어보고; 두근거리는 새의 가슴을 달고; 예뻐졌다는 찬사 쪽으로 기울여보고; 핸드폰의 메신저와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고; 허밍과 콧노래로 아침을 장식하고; 잠들기 전에 문자를 다시 보고 또 보고; 다른 여자를 칭찬하는 지나가는 말에도 질투를 내고; 비주얼을 따라하느라 카드를 긁고; 먹기 싫어도 당신이 좋다면 넘치게 먹고 ;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이어트로 굶고; 자꾸 사랑하냐고 묻고 떠보고 또 조르고; 답장이 늦어지면 서운하여 울고; 혹시 양다리는 아닐까 불안하고; 눈이 오거나 비가 오면 더욱 젖고; 울거나 웃거나 노랫말은 언제나 내 마음 같고; 피어나고 붉어지는 자연의 법칙을 따르고; 시간의 연장을 위해 최면을 걸어 사랑을 갱신하고; 선물 포장과 편지지와 도시락을 싸는데 종일 걸렸다네. 영원한 사랑을 갖기 위해 내가 이별 앞에서 해보지 못한 것은 없다네.
나의 언어
당신의 입가에서 나오는 풀잎의 노래, 당신의 코에 맺힌 아침이슬의 상큼한 향기, 당신 눈시울에 고인 바다의 포말, 당신의 귀 속에서 들려오는 산비둘기의 저녁, 당신의 머리칼에 말아 뱉어지는 오름 위의 별빛, 당신 상아빛 어깨에 내려앉은 안도의 한숨, 당신이 떠날 때 등을 보이지 않으며 오래 흔들던 손, 당신이 척추 마디마디 시련을 극복하며 흘린 땀의 퇴적층, 당신이 소금을 넣고 감자를 찍어먹으며 읽었을 배와 책으로 가린 배꼽, 당신이 한라봉을 입 속으로 넣어줄 때마다 알싸해지던 두 가슴, 당신이 웃겨주려고 뀌는 방귀, 관절이 아파도 우직한 당신의 쇠무릎 문양, 당신의 두 팔로 가슴우리 가까이로 모아 쥔 두 다리, 당신의 손바닥이 성장통을 견디던 골방을 잊지 앉는 방바닥으로의 낮춤, 당신이 나를 향해 걸어오느라 습진 걸린 발가락의 음계들, 당신이 군살 박힌 말발굽을 하고 땅에게 곡식의 심장을 달아주던 발자국, 굴곡진 사연이 많아 대서사시 같은 당신과의 투명한 대화, 빛나는 사람들 속에서도 오직 나에게만 보여주는 주름진 당신
**약력:1997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 『더이상 처녀는 없다』,『울내에게』, 『바람곶,고향』, 『신, 탐라순력도』, 『근친주의, 나비학파』, 『울기 좋은 방』, 『몬스터 싸롱』. 산문집 『돌아와요, 당신이니까』. 동화집 『바다별, 이어도』, 『배또롱 공주』. 한라산문학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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