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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호/신작시/송소영/웃음 짓던 젊음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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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180회 작성일 16-12-3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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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송소영






웃음 짓던 젊음은




은빛 쇠막대들은 하나처럼 햇빛 속에 눈부시다
교차된 세상을 가볍게 밀어내며 자전거를 탄다



울퉁불퉁한 길들이
한낮의 뜨거운 햇살과 부딪치고
나는 어느새 새빨개진 얼굴에 캡을 내렸다
허기지고 지쳐버린 안장은 이제
언틀먼틀한 길을 잡고 쿵하고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때마다 들썩들썩 위로 올라가던 엉덩이는
에어 무통이라던 안장과 박치기를 하다 그만 피멍이 들었다



갈 길은 아직 먼데
엉덩이에 깔린 피멍처럼 짙게 비낀 노을이
하늘을 치켜들고
어느새 자전거 금빛 안장 위에 올라타 있다
단단한 휠셋 속에서
은빛 쇠막대들을 굴리며 웃음 짓던 젊음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신강성 몽타주



유원역 하늘에는 또 별들이 가득하다
날리는 머리카락을 고무 밴드로 묶으며 밀쳐놨던 트렁크를 찾는다
바람에 젖혀지는 치맛자락을 누른다
그날처럼 그렇게 그녀는
똑같은 모습으로 서있다 행여나 어디선가
그가 보고 있을 것 같다



투루판행 야간열차에 올라탄다
뛰어온 너는
아직도 등엔 카키색의 낡은 커다란 배낭을 무겁게 매달고 있다
좁은 간격을 두고 창 쪽을 향해 둘로 길쭉하게 배열된 일층 침대칸 위
구겨지고 끝이 말려진 시트 위에 무릎을 맞대고 서로를 바라본다
헤매 다녔던 지난날들이 너의 눈 속에 가득하다
소리 없이 창밖으로 시간이 지나간다 그렇게 아홉 시간 뒤
어슴푸레 밝아오는 여명 속
황량한 고비사막 풍경들이 창밖을 스쳐간다 곧 선선역이다
너와 나는 풀지도 않았던 짐을 챙긴다



그녀는 쿠무타크 사막의
부드럽게 물결치며 흘러가는 사구 앞에 맨발로 서있다
텅 비어버린 기억의 트렁크가 모래바람 속에 내리뒹굴다 사라진다
그의 흔들리던 눈도 흐려지던 눈자위도
건조한 바람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세상에는 데일 듯 뜨거운 열기만 남았다



  *신강성 : 고대 실크로드의 중간 기착지, 위그르족의 고향.








**약력:2009년 《문학^선》으로 등단. 시집 『사랑의 존재』.수원문학 젊은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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