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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호/신작시/권민경/어린이 미사 2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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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074회 작성일 16-12-3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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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권민경





어린이 미사 2



난 뚱뚱해지는 기분
벅참과 설렘 슬픔이 몰려오고 혼령과 천사들과 악마와 사도들이 순교자와 동정녀 포도송이들이 몰려와서 자꾸 부풀고, 그래, 이스트, 빵처럼, 누군가의 몸처럼, 못 볼 걸 본 것처럼, 자꾸 가슴 메고, 고통을 메고, 풍선, 풍선처럼 목을 졸라매고 천장을 향해 승천, 승천하기엔 너무 높은 천장으로, 둥둥 떠오르는 기분,



아, 아, 사랑 사랑 마잌 쳌 원투 원투, 피와 고름



가슴 메는 거랑 목 막히는 것은 어떻게 달라요? 벅참과 슬픔으로 부푸는 가슴을 구분 못해요 아직 어린애 우리 뒤통수는 비슷해 안 그래요? 조망권을 갖는 어른이시여
내가 이해하기엔 너무 멀고 숭고, 숭고를 모르고, 너무 커다래요 거창 거창한 단어들의 나열이
우리 동그라미 입술에서 새 나오는
토요일 일요일



♩나 그를 사랑하여 나 그를 살게 하리
나 그를 영원히 영원히 살게 하리♬



미사가 끝나면 모두 뚱뚱, 뚱뚱해져 있을 거야 내 안이 낯선 얼굴로 시끌, 조용하라는 경고, 뚱뚱한 존재를 잘 품고 있자 입속에 손을 넣어서 꾸웩 꾸웩 돼지 새끼처럼
(비바체, 멱따며, 목청 높여, 합창)
꺼내 놓기까지!




하고 눈앞에 보여줄 거다



보세요 예수님 우리들이 했어요* 슬픔 속에 태어나 엉망진창으로 자라자! 감사합니다 몸을 빠져나갈 때 헬륨으로 충만해져 있을 테니 깔깔깔 웃으며 천장을 향해 솟아오르자 일제히
이제 와 우리 죽을 때, 하! 살게 하리!





노루생태 관찰원



오래 맘이 아파 병이었으나 몸의 병도 얻었다
스무 살



내일 수술한다는 동생의 카톡
내 몸의 수술 자국을 세 본다
내게도 이런 날이



어쩜 건강하게도 살았구나 멍청하게 과거를 잘
잊는 동물로 진화하면서



초년운과 말년운 중 어느 쪽을 고를래?
말년이 좋다는 데 주저 없다
초년은 버리라고 있는 거다



어째서 둘 다 좋을 순 없는 걸까
뒤늦게 처량해 봤자



조울증 카페에 가입했다 코리안 매니아
이상한 이름이라 자꾸 파고든다
한국인이 조울덕후란 뜻일까



표출도 병이래 말할 수밖에 없는 것도 병이고
주접과 주책도



어린 시절 일산엔 선산 묘지가 많았고 나는 뒷산에 자주 올랐는데
거기서 마주쳤던 엄지손가락
내게서 떨어져 나갈 장기臟器 무덤



초년은 버리라니까



어제에 대한 회한

그래서 맴찢이란 말이 좋구나



수술을 앞둔 동생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했다 나도 모르게
남편에게도 한 적 없는 말
그러면서 잘도 혼인했고



건방지게 동병상련이라니
임파선 떼어낸 데가 자꾸 조여와
예민해 있던 과거의 나에게
청혼하는 과정



오래 고민해야지 이 생은 이벤트
여행의 일정처럼
노루 보느라 결국 엉망 돼버리겠지만



  *자료가 소실되어 확실치 않으나 1992~93년 사이의 천주교회 여름성경학교 주제곡.








**약력: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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