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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호/신작시/박봉희/어떤 입장 1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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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박봉희
어떤 입장 1
그런 사랑이 있네
그 붉은 입 속으로 가라앉는 발바닥이 보이는
적막의 뒷모습
하룻밤에 서녘과 동녘이 얼크러진
그런 사랑
녹슨 서랍 속
주인 없는 반지처럼 텅 비어 있네
아직 속을 게 남은 얼굴
천 길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떠오르네
비 맞은 바람이 돌이 되고
돌이 빠진 심연은
깊이 모를 흙탕이 되네
눈먼 영원,
제 발에 줄을 매네
길바닥 나뒹구는 깡통 걷어차며
그 검붉은 미로 속으로 빨려드는
그런 일몰을 보네
어떤 입장·2
꽃은 신을 내려다보고
신은 꽃을 올려다보고
꽃과 신 사이
해가 지고 뜨는 자리
사이가 꽃, 피우는가
붉은 기적은
누대에 걸쳐 뿌리 내린 사이의 그림자
무수한 어둠을 건너온 어둠
그것이 불러낸
오월의 술렁임이 간이역 화단에 붐빈다
신은 꽃을 바라보고
꽃은 신을 들여다보고
꽃과 신 사이
재로 된 자리, 환승역
꽃 피고 지고
기적의 여운만 남은
구름과 선로 사이
설핏 스쳐가는 하얀 실루엣,
어디서 본 듯한
**약력:2013년 《시에》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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