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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호/신작시/조송이/리트레 사전·32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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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조송이
리트레 사전·32
신록 사이 저 성전이 부조리극처럼 저물고 있다 작년치 오동꽃 연보라가 지붕에서 새고 발등으로 번지는 성혈, 십자가 들쳐업고 쇳소리 내며 하늘로 파고든다 동녹 낀 운애 뚫고 무등을 탄다
光州의 山門에 풍문을 푼다 소 등판으로 입성구 풀려 곤두박질치다가 담양 외곽으로 식어간다 필사적으로 눈에 밟히는 순종의 혈흔, 삐딱한 남도의 잔등 꼭지를 따 뒤집어 메친다
짐승 같은 밤의 고샅길, 이름도 모르는 마이크 소리가 발부리에 걸린다 백양나무 잎사귀는 어금니 깨물고 뒤집어지고 떼고등어로 몰려다니며 멋모르고 혼절하는 무등의 바람
시대처럼 배가 고프다
숨어살던 지붕에서 뛰어내려 체크무늬 유리 열어젖힌다 쨍쨍 넉살좋게 쇠종을 이끌며 휘어지는 대숲 속, 말무덤 하나가 하늘 두고 맹세하며 나직이 절 올리듯 말뚝 박는다
쫑긋 귀 낮춰 마른 대꽃 열고 제가끔 구유통신화를 떨어트리며 즐겁다 정신 쏙 빼놓고 그냥 좋은
성호 긋는 둥 마는 둥 성전 뒤로 실개천 이야기는 갈기 흔들며 거미줄 병풍을 열고
수틀 뒤집는 이상한 연보라 성전, 저 말씀의 갈피마다 군말 없이 군소리 하나 없이 공황의 깃을 치며 깡그리 일어서는
리트레 사전·28
―풍류*
칼바람 망나니들 벚꽃 모가지 흘리며 섭슬려 다닌다
생선비늘 털듯 폄을 치듯
맹지에서 나뒹구며 떠도는 길
구름 속 개똥만한 품계를
‘初志一觀’ 외줄로 써 액자에 눌러 놓고
자서전自敍傳 벗어난다
안간힘으로 스스로를 지운다 있는 듯 없는 듯
땅에다 배 깔고 턱 괴고 있는
때까치 울음을 비껴 달아난다
명치끝이 쭈뼛 솟아올라 그는
티눈 박인 신발 끌고 묵은 땅을 파기 시작한다
허겁지겁 발치에 덮고
동구 밖 녹두식당으로 달려가 지에밥 한 말을 시켜놓는다
석석 삼 년 봄을 다 듣도록 아무도 몰라, 아! 이내 관이 너무 깊구나, 학림* 선산의
산벚으로 까무룩 잠겨들고
나비잠을 자다 일어나 눈 흘깃거린다
어디 멀리서 뻐꾸기소리 들리고 북향 선산은 의관 차리고 슬그머니 돌아앉는 시늉을 한다
*학림 : 전남 고흥군 두원면 학림마을, 송수권 시인의 생가.
*풍류 : 학림마을 너머로 풍류해수욕장이 있다.
**약력:2013년 《시로여는세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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