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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호/신작시/김유빈/바닥부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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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982회 작성일 16-12-31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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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유빈





바닥부채




뙤약볕에 그늘부채 하나 펼쳐져 있다



 저 부채를 만든 장인은 겨울 쪽에서 불어온 냉랭한 바람이다 한 겨울 앙상한 단풍나무 한 그루를 골라놓고 그 앙상한 가지들 부챗살로 다듬어 놓고 연두빛 이파리들 풀 발라놓고 짙은 그늘 한 장 오려놓고 아주 무더운 날 바람을 불러들여 만드는 바닥 부채



 저 바닥 부채에 앉아



 헐렁한 잠방이 입고 시원시원 앞서가던 내 아버지. 동네부인 모아놓고 류충렬전 읽어주던 내 어머니. 그 무릎에 누워있던 달개비 노란 눈. 아직도 따뜻한 부채손 오빠. 유리창 기웃거리며 내 이름을 구겨놓고 달아나던 물개오빠. 먼 하늘파도에 출렁이는 양귀비꽃 같은 딸. 찡긋 미소로 늦게 들어오는 작은 아들. 어둑한 억새풀 사이를 헤치고 온 길 눈 어두운 큰아들.올망졸망 피붙이들



 모두 불러 앉혀놓고
 시원한 덕담을 깔깔거리며
 땀 식힐 이름들







점괘를 생각하다



평생 점집에 간 일은 없으나
속 시원한 점괘 하나 갖고 싶다.



평생 업어키워 떨어질 줄 모르는 등 근육
어딘가에서 응어리로 자라고 있는
굳은 살덩어리를 안고도
발에 날개를 달아준다는 점괘
봄눈을 뚫고 동백이 핀다는 점괘
물가를 조심하라는 칠팔월
그 물결이 칠팔월, 칠팔월 치는
그 물가에 앉아 발을 식히고 싶은데
오래 전에 심어 놓은 나무에
단풍 든다는 울긋불긋한 점괘
사과가 익었다는 늦가을
새콤달콤한 점괘가 점집엔 있을 것 같다.



점집엔 단 한 번도 간 적 없지만
느슨한 마음 살이 짤랑짤랑 섞이는
바짝 긴장 선 그런 점괘를
기둥처럼 받쳐놓고 싶지만
지팡이 속에서 물 갈라진 길이 나오는
그 길을 맨발로 건너가는
영원히 내 편인 점괘가 내겐 이미 있다.



사주를 타고 난다고 하지만
그 사주도 거의 바닥 날 나이에
여전히 점집 깃발을 보면
무섭고 오싹하지만
나를 따라 다니며 눈꺼풀에 앉았다 가는
점괘라는 말은 참 좋다.






**약력:2014년 《다층》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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