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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호/신작시/이희은/알알이 새기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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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793회 작성일 17-01-0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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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희은





알알이 새기다



먹구름으로 빚은 새가
유리창에 수만 개 알을 낳아놓고 날아갔다
그 방엔 죽어가는 아기새들이
얼룩을 뒤집어쓰고 웅크려 있었다



후- 입김을 불어넣어 주자
아직 꺼지지 않은 심장,
파동을 붙들고 부르르 안간힘이었다
공중이 부드러운 혀를 내밀기 전
어서 숨을 내쉬어야 한다는 듯
한 방울 남은 기운을
힘겹게 맺고 있었다



틈 하나 없는 유리 절벽     
잠시 뒤돌아 섰다가 바라보니
알들은 껍질도 없이 사라지고
새의 울음소리만 빨갛게
손가락 끝에 묻어났다






기시감



챙이 긴 모자를 눌러쓰고
자꾸 길을 잃는 저녁



붉은 알약들 피어 있는 담장에서
처방전을 찾는다



낯선 여자의 주술
꽃을 좋아하세요



색깔을 잃어버린 입술이
답을 풀어놓지 못하고 머뭇거릴 때



양철 대문 안쪽
햇살이 빗질해 놓은 풍경이 열린다



어느 꿈속 잠시 머물기도 했던 곳,



그녀가 입맞춤하는 봉오리마다
따듯하게 꽃잎 피어나다가



이생에서 만난 적 없는 바람이 지나가면
꽃도 그녀도 풍경 속에서 천천히 지워진다



엉킨 장미의 넝쿨을 뒤적이며
나는 또 길을 잃는다
 









**약력:2014년 《애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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