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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호/특집/제3회 전국계간지 우수작품상/리토피아/박하리/길 위에 널린 말들 외1편/수상작/신작/선정평/수상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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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112회 작성일 16-12-3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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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제3회 전국계간지 우수작품상





리토피아

박하리




<수상작>

길 위에 널린 말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그의 길을 만들고,
그의 집을 만들고, 그의 사람을 만들고, 그의 태양도 만든다.



그의 말은 벽이 되고, 벽 속에 그림이 된다
혀끝으로 돌아나오는 말들은 낙엽이 되어 구르고

하늘의 구름이 되었다



그의 말은 귓볼을 스치고 가는 바람이었고,
벽 속에는 회오리로, 컵 속에는 태풍으로 만들어졌다



흔들린다
말이 흔들린다
발걸음이 흔들린다
쏟아져 나오는 말들이 발걸음에 밟히다가 사라진다.



길이다






장독대 화분



옹기들이 숨을 쉬는 그녀의 장독대 화분
봄이면 시금치 씨앗 뿌려 시금치나물 해먹고,
그 자리에 고춧대 심어 고춧잎나물 무쳐먹고,
고춧대에 고추가 매달려 다시 붉어질 때면
벌레가 숭숭 파먹은 가을배추는 속이 차오른다



내년에도 담글 수 있을까 올해만 담가야지
봄볕에 정성들여 담근 고추장은 주인의 손을 잃은 지 오래
묵은 간장독을 실로 다닥다닥 꿰맨 바가지가 감싸고 있다



고추장 퍼서 돌리고 간장 퍼서 돌리고
된장 퍼서 돌리고 소금 퍼서 돌리고
그녀가 오르내리던 장독대에 꽃이 피었다.





**약력:2012년 《리토피아》로 등단. 계간 리토피아 편집장. 막비시동인.







<신작>

쑥덕쑥덕




동트는 아침 쑥덕쑥덕 요란한 소리 들린다
몸을 푼 대지는 기지개로 땅속을 들끓게 한다
보슬보슬한 기운들이 몸이 되고 마음이 된다
검불 속에서 기지개를 펴고 올라오는 쑥, 쑥쑥 올라온다
대대손손, 잡초 중의 잡초 쑥쑥이,



된장 풀어 쑥국 끓이고
반죽하여 쑥떡 만들고
박박 갈아 쑥즙 내어 먹고



쑥덕쑥덕, 시끄러운 봄날이다
쑥덕쑥덕, 귀가 가려운 봄날이다







<선정평>

시의 태생적 한계와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



   언어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발명’이다. ‘자연’이 아니다. 발명이라는 점을 강조하면 우선적으로 소통을 지향해야 한다. 그것이 정보든 정서든 소통이 불가능하다면, 개인의 발명에 그치고 언어로서 제 기능을 상실한다. 자연이라고 믿는다면 경험의 문제로 축소되면서 시를 좁은 울타리 안에 가두고 말 것이다. 박하리 시인은 무엇보다 이 사실을 명료하게 알고 있다. “말들은 그의 길을 만들고,/그의 집을 만들고, 그의 사람을 만들고, 그의 태양도 만든다.”(「길위에 널린 말들」)고 하지 않는가. 이때 말은 시를 의미하겠지만, 시의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의 시작을 암시한다. 반면에, 자연을 모사模寫하면서는 “고춧대에 고추가 매달려 다시 붉어질 때면/벌레가 숭숭 파먹은 가을배추는 속이 차오른다”(「장독대 화분」)는 사실에 집중한다. 이때 시의 역할은 축소된다. 우리는 자연을 느끼며 공감의 폭을 확인하지만, 언어는 그 공감의 차원을 확장한다./장종권, 백인덕(글). 






<수상소감>

비틀린 사고 치유 위해 만난 시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손톱만 한 건물들이 아웅다웅 소리를 낸다. 낮은 곳에서 올려다보면 거대한 건물들이 위용을 뽐낸다. 나는 높은 곳도 아니고 낮은 곳도 아닌 그저 그런 곳에 살면서 그저 그런 눈으로 세상을 본다. 처음에는 약간 비틀린 사고를 치유하기 위해 시를 만났다. 잘 쓴 시를 보면 사람이 만들어낸 최고의 명품이라 생각했다. 아직 서툰 나의 시는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이 늘 두렵다. 하지만 더 열심히 노력하라는 격려의 상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박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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