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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호/특집/제3회 전국계간지 우수작품상/다층/박수빈/The winner takes it all 외1편/수상작/신작/선정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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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084회 작성일 16-12-31 19:21

본문

특집

제3회 전국계간지 우수작품상






다층

박수빈





<수상작>

The winner takes it all




   칸나와 맨드라미가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서로 노려보는 사이 사람들이 모여든다 무너진 축대 옆에 잡초는 우거지고 말복이 합세를 한다



   칸나가 긴 팔을 뻗어 펀치를 날린다 쓰러지는 맨드라미, 귀때기가 붉게 엉겨 문드러져 있다



   후텁한 바람이 철썩 달라붙는다 두 눈을 희번덕인다 다리까지 피가 흐르고 분노지수 만큼 돌격 앞으로

 
   작은 몸에 언제 뜨거운 시간들을 새겼나 맨드라미에게 인내는 마른 걸레를 비틀 듯 가슴을 쥐어짜는 것, 몸을 휘청이며 밥주걱처럼 내리친다 걷어찬 살이 이렇게 찰질 줄이야, 근육이 드러날 정도로 핏물이 튄다



   글러브를 끼지 않고 로프도 치지 않은 JS 관리 프로젝트 현수막이 펄럭인다

 


   덤프트럭소리 포크레인 자국, 흙이 날린다



   평화는 녹다운되었을 때만 온다 맨드라미가 바람을 가르며 어퍼컷을 날린다



   잠자리는 유유히 날고 있다








질문의 도서관



칸칸마다 합장하듯이 서 있는 책을 펼치자
주르르 흐르는 손금의 문장들
내 천川인가 갈 지之인가
어느 여울목에서 당신과 합수를 이루고
흘러가는 구름을 사랑하고 말았다
당신이라는 주어의 문장에 밑줄 긋는 마음
코를 박으며 빛나리라 여기던 꿈의 이마
활자들이 물 위를 떠돈다
구름은 구름이라서 구름처럼 사라지고
순간은 순간이라서 순식간에 살아난다
구름의 은유 속 아득한 너와 나 
우리는 서서히 낡아가는 기도문
꽂혀 있는 구름을 다시 집어든다
생은 어느새 행간 밖
나는 외출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사서司書
술어들은 말줄임표를 낳고
접힌 귀는 스스로 펴지지 않는데
내 가슴만한 페이지를 넘기기에 100년이 채 안 걸린다







<신작>

파편은 무슨 일을 하나




몽돌 해변에서 반딧불이 속살속살 했던가
바람에 꽃은 흔들리고 신발 한 짝이 슬려갔던가
모난 나와 당신이 뒤척인다
내 눈은 당신으로 멀어지고 
당신 입은 나 때문에 지워지고
내 귀와 당신 다리가 섞이고
달빛을 삼키고 토하는 파도
팔과 가슴이 만나고
엉덩이와 등을 핥는다 
옆에 있으면서 만날 수 없던 그리움들이
바스러지면서 만나고 이별을 견딘다
결론을 내지 못하고 
해체된 의미는 변질될 뿐 사라지지 않는다
반질한 아픔의 변질된 표정
살아나는 기억의 그림자들
사람들이 우리의 대화를 밟고 지나간다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뒹구는 말, 말, 말






<선정평>

완성도나 작품성에 있어 뛰어난 수작



   작품상 후보로는 다층문학동인 전체의 지난 1년간 발표 작품 전체를 대상으로 하였다. 그 중에 예심을 거쳐 논의한 작품들은 다양하다. 하지만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한 동인과 그들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1차 심사를 하고 우수작품 선정에 들어갔다. 그 결과 박수빈 시인의 「The winner takes it all」(《시와 반시》, 2015년 겨울호 발표)을 우수작품으로 선정하는 데 최종 합의를 하였다.
   논의 대상 작품들이 이미 다른 문예지에 발표한 작품이라는 특성이 있고, 문단에 얼굴을 내밀었던 작품이라는 점에서 나름대로 시적 완성도를 지니고 있지만, 다른 작품과의 비교라는 측면에서 가혹한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었다. 모든 동인들의 작품이 각 편마다 특장特長이 있지만, 작품성, 소통 가능성, 시의 내적 구성의 긴밀성 등을 염두에 두었다. 수상작으로 선정한 「질문의 도서관」은 앞에서 말한 시적 완성도나 작품성에 있어서 뛰어난 수작이었다. 또한 「The winner takes it all」은 현대 사회의 물질만능주의를 바탕으로 한 재개발 현장에서의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있는 자와 없는 자, 혹은 갑의 횡포에 시달리는 을의 서러움 등을 칸나와 맨드라미로 상징화하여 잘 표현하고 있다. 공한지에 맨드라미와 칸나의 쟁투爭鬪 모습은 우리 시대의 갑과 을의 관계에서 처절하게 무너지다가 패배하는 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갑인 칸나와 을인 맨드라미를 통해 재개발 주체와 재개발에서 밀려나는 서민들의 애환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변종태, 전형철, 김효선






<수상소감>

내 시는 폐사지의 마음으로 이어갈 것



   무의식에 오래 남아 있는 풍경이 있다. 계곡에는 물안개가 산 위에는 운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사이로 펼쳐지는 능선을 넘어 맞이한 폐사지에서 이루 다 형언할 수 없는 신비함을 느꼈다. 가람이 없고 인적도 끊겼지만 숲과 바람소리, 하늘을 나는 새가 어우러져 가람 아닌 것이 없이 소중한 가람의 구성원들. 비우면서 더 큰 아우라 그 역설의 묘미.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머물던 기억이 오롯한데 당선 소감을 쓰는 지금 다시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시는 폐사지의 마음으로 이어갈 것이다.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주마등처럼 스치는 많은 사연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고 한다. 분발을 다짐하면서 함께 가는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박수빈







**약력:2001년 《다층》으로 작품 활동 시작. 2013년 《열린시학》 평론 등단. 시집 『달콤한 독』, 『청동울음』. 평론집 『스프링 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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