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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제3회 전국계간지 우수작품상

시와사람

이선미

<수상작>

미운 꽃

봄날 천지는 꽃사진 찍느라 분주하다
일년생 꽃들은 돌사진을 찍고
해마다 피는 꽃들은
제 생을 증거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그 꽃들 곁에서 꽃이 된 행락객들도
자신이 꽃임을 증거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카메라 앞에 서면 졸아드는 나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한때를
사진으로 남겨두려는데
잘 웃지 않는 얼굴
무뚝뚝한 얼굴
행복한 척, 착한 척 해도
어색한 표정이다

험상궂게 피는 꽃은 없다
웃지 않는 꽃은 없다
그러나 숨길 수 없는 내가 걸어온 길
내 얼굴이 기억하고 있다

나는 아직 미운 꽃이다.

칼질하는 역사

탁자 두 개 뿐인
코딱지만한 칼국수집 주방에서
무료하게 책을 읽다가
점심 때가 다가오면
둥글고 평평하게 밀어진 밀가루 반죽을
삿대질 한 번 해본 적 없는 여자가
칼질을 한다

이차돈처럼 하얀 피 흘리고 쓰러진 면발을
팔팔 끓는 물에 넣고
뚝딱 칼국수를 삶아낸다

칼에 베인 상처로
따끈하고 쫄깃한
담백한 맛을 낸 칼국수

뻘뻘 땀 흘리면서도
칼질하는 것이 즐거운
칼질 9단의 검객이
허기진 사람들의 저녁 한 끼를 위해
쉴새없이 밀가루반죽을 쓰러뜨린다.

<신작>

노래

살아있는 것이면 노래한다
숨쉬지 못하는 것도
제 생을 증거하며 노래한다

나무는 허공에 손을 벋어 푸르름을 노래하고
바위는 침묵으로 견고한 무게를 노래한다

나의 악보는 아직 영악하지 못해
시행착오와 서투름 투성이어서
세련되지 못하다
제대로 걸음마를 배우지 못한 나의 길은
자꾸 넘어져 미완의 노래이다

신문과 텔레비전에서
누군가 성공과 출세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 노래가 유혹하고 있다
나의 노래는 자꾸 흔들려
음정과 박자가 꼬이고 있다
그러나 알아들을 수 없는
햇빛과 바람과 강물
그리고 새들이 부르는 노래가
내 악보를 관통하고 있다

<선정평>

서정시의 본질 되비쳐

   이선미 시인의 「미운 꽃」은 자신의 존재를 성찰하는 미덕을 갖고 있다. 그의 시는 독자친화적이어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시의 품격을 유지하고 있다. 잘 웃지 않는 자신의 얼굴과 ‘꽃’으로 상징되는 ‘잘 웃는 얼굴’ ‘행복한 얼굴’ ‘착한 얼굴’의 대비를 통해 화자 스스로를 성찰하고 있다. 얼굴이라는 특정 기표에는 살아온 내력이 나타나기 때문에 누구나 함께 사진을 찍고 싶은 꽃이 되기를 갈망하고 있다. 평이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선미의 「미운 꽃」은 성찰 없이 자신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시를 쓰는 시인들에게 서정시의 본질을 되비쳐주는 까닭에 그의 시를 선정하였다./시와사람 편집위원회

<수상소감>

문학이 계급장이어서는 안돼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 받는 문학상이어서 기쁘고 두려운 마음이다. 등단 이후 시집 2권과 에세이집 2권을 펴내었으니 열심히 작품을 써 왔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는 문학을 빼고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도록 문학을 삶의 일부로 여기고 살아간다. 그러나 나의 문학이 어디쯤에 있는지 잘 모른다. 더불어 나의 문학은 어줍고 미흡할 뿐이다. 다만 문학이 악세사리거나 계급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은 나에게 길을 안내해주는 나침반 같은 것이다. 이 기회를 통해 문학의 형식과 내용에 대해 더욱 공부를 하여 제대로 된 문학을 향해 매진하고자 한다.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이선미

**약력:2010년 《시와사람》으로 등단. 시집 『아버지, 거기 계셨군요』, 『칼질하는 여자』. 에세이집 『참말과 거짓말』, 『위로받는 세상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