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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호/특집/제3회 전국계간지 우수작품상/열린시학/이기영/머나먼 북극 외1편/수상작/신작/선정평/수상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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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179회 작성일 16-12-3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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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제3회 전국계간지 우수작품상





열린시학

이기영





<수상작>

머나먼 부극



   무엇인가 내 안에 쌓여 나가지 않고 있다는 걸 알아챌 때까지 몸

은 계속해서 근질거렸다 생각과 생각을 건너 절망과 굴욕을 건너 곤

궁한 시간들이 얇은 운모조각으로 부서져 내렸다 눈빛에 허기가 지

고 미미하던 진동이 무너지는 일에 익숙해졌을 때 궁핍한 감정선들

은 벼락의 중심을 뚫고 폭발했다 너의 상처는 상실의 건너편에서 기

회를 엿보다 감각만 남고 내게로 건너왔다 우리들의 오래 참고 있던

골동한 시간들이 갑작스런 해방으로 붉어지거나 쓰리거나 함께 가

난해졌다 모든 날들이 가벼워졌다






휘파람 여인숙



그 많은 입들은 다 어디에서 왔는지
그 많은 눈동자들은 또 어디로부터 왔는지
소문의 진원지는 아무도 모르는 배후를 가지고 있다



즐겁고 신나는 밤엔
아무리 씹어도 질리지 않는 풍성한 식탁의 레시피가 있고
누가 묵었다 갔는지 아무도 관심없는 이 허름한 소행성으로부터
입들은 더 은밀한 입들을 따라
빠르게 몰려들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어떤 표정도 없고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그러니까 소문의 배역에는
억울한 주연도
빛나는 조연도 없는데
한 때의 통속일 뿐인데
송사리떼처럼



모르는 척 아는 척
반짝거리는 수많은 가면과 한 패거리가 되고
갈아타야 할 타이밍만 남은 비밀 아닌 비밀을 지지고 볶아
신들린 듯 먹어치워도 허기는 허기에 닿지 못한다



그 무서운 입들은 또 어디로들 몰려갔는지



온갖 상상력과 모든 기쁨이 구석진 방의 비애를 낳은
반나절 혹은 한나절이 잠잠하다








<신작>

황사의 감정



내 방은 지금도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건기
비의 전갈은 어디에 몸을 숨기고 있을까



신기루에 갇힌 풍경은 조금도 가까워지지 않는데
창틈으로 새어 들어온 두통이 붉게 흘러내린다


 
혓바닥에 말라붙은 침까지 긁어보는 심정이 되어 나는
어떻게든 갈증의 수위를 낮춰보려 필사적이지만



그 속에서 너는 바짝 마른 알몸을 들키고 만다 



어디엔가 물의 체온을 저장해두고 사막을 건너는
낙타의 감정이란 이런 것일까



시시때때로 모래폭풍을 몰고 오는 너의 습관 때문에
아무 것도 건질 게 없는 바닥은 언제나 개미지옥



숨통을 조여 오는 황사의 발원지는 사막 아니면 늘 삭막



우기는 너무 멀고 태양의 침실은 이미 가깝다







<선정평>

심리적 정황이 감각적으로 형상화



  먼저 심사위원들은 자신 만의 시세계를 확보한 후 한 해 동안 치열하게 쓴 열린시학회 회원들을 선별했다. 그런 다음 기존의 수상자를 제외하니 임유행의 「그림자에 쫓기다」 외, 김월수의 「태양 시집의 도시」 외, 이기영의 「머나먼 북극」 외가 심사 대상으로 남았다. 모두 미학적 완성도를 갖춘 수작이어서 심사위원들은 한참 동안 논의했다. 그런데도 결론이 나지 않자 기준을 정해 수상자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 기준은 ‘후보작을 제외한 발표작들이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느냐’였다. 계간지우수작품상을 수상하게 되면 회원사 일곱 군데에 신작시를 각각 1편씩 보내 《열린시학》의 기량을 선보여야 한다. 고른 문학적 역량을 갖춘 시인이 이 상에 적합하다는 판단 아래 세 분의 발표작 전체를 탐독했다. 그 결과 이기영의 작품들이 편차 없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이 확인되어 이기영을 수상자로 결정했다. 
  이기영의 「머나먼 북극」은 ‘북극’을 향한 열망을 표현한 시가 아니라 ‘북극’으로 갈 수 밖에 없는 화자의 암울한 현실을 내밀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생각과 생각을 건너 절망과 굴욕을 건너 곤궁한 시간들이 얇은 운모조각으로 부서져 내리”는 심리적 정황이 감각적으로 집요하게 형상화된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휘파람 여인숙」은 여인숙의 ‘지금-여기’에서 감지되는 ‘소문’의 공간성과 시간성이 감각적으로 형상화되어 있는 작품이다. “그 무서운 입들은 또 어디로들 몰려갔는지// 온갖 상상력과 모든 기쁨이 구석진 방의 비애를 낳은/반나절 혹은 한나절이 잠잠하다” 같은 표현이 그것을 대변해준다./이지엽, 하린





<수상소감>

시 한 줄 얻기 위해 보낸 불면의 날들



   시詩는 말言과 절寺을 합쳐 만든 말입니다. 말로써 절집 한 채 짓고 그 속에서 홀로 묻고 또 묻는 사람이 시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함부로 그 집에 발을 디민 것을 후회한 적도 있습니다. 이 세계가 숨겨놓은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오롯이 홀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함부로 시인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음도 압니다.
   어느 날 내 몸이 접신을 하듯 시가 나를 찾아왔고 나는 그것을 내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30여년을 가슴속에 품고 살다가 시인이 되었고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과 대답을 찾아가는 시간만큼은 거창하거나 사소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 줄을 얻기 위해 보낸 불면의 날들은 한 편의 시가 되어 내게 왔을 때의 그 작은 보상으로 충분했습니다.
   나는 앞으로도 시와 시인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묻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려고 할 것입니다. 이 ‘계간지우수작품상’이 내게 그 다짐에 대한 첫 번째 격려라고 생각합니다. 시가 세상을 구원하지는 못하지만 작은 위로를 건넬 수 있다는 말에 위안을 얻습니다. 감사합니다./이기영








**약력:2013년 《열린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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