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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호/신작시/박서혜/향기를 나누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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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박서혜
향기를 나누다
내 뜰 안의
키 큰 모과나무 한 그루,
그 풍경만으로도 부자인데
대풍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모과나무를 향해
탄성을 지르면
나는 더 신나는 부자가 된다
때가 되어
모과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눌수록
모과 향은 더 짙어져 가고
나눈 사람들 사이에는
향기의 흐름이
갈수록 유유幽幽해졌다
늦가을 바람과 한바탕 놀이가 끝난
모과들은
초겨울 내 뜰 안에
그림처럼 누워
그 유유함에 합류되기를 기다리고
아직도 저 높은 곳에
매달려 있는 모과들은
그 유유함에 합류되기를
꿈꾸고 있을 것이다.
폭염
마당에 나와
등받이 의자에 기대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저녁놀에 물든 구름들이
빠르게 가고 있다
한참 올려다보고 있으려니
눈시울이 더워진다
과연 저곳에
그리운 사람들이 있을까,
해는 한참 기울었는데
바람은 여전히 덥다.
**약력:1982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울창한 숲이 묻는다』,『입술』, 『하늘의 집』, 『하늘 어귀』, 『마니산 자락』. 인천문학상, 성균문학상, 인천시문화상(문학부분) 수상. 화답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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