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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호/신작시/정세훈/거목의 역사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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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정세훈
거목의 역사
타들어 오는 가뭄과
휩쓸고 가는 장마와
뿌리째 뽑아가는 폭풍과
병충해 득시글거리는
잡다한 세상에서
한 알의 작은 씨앗이
거목이 되기까지에는
감히
함부로 말해서는 아니 될
함부로 기록해선 아니 될
함부로 대해서는 아니 될
결단코
베어버릴 수
없는
역사가, 역사가, 흠뻑 배어 있는 거지
통곡의 방
―타프롬 사원
9백 년 전 자야바르만 7세 왕이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빌기 위해
백성들을 채찍질하여
무거운 석재를
40km 밖 프놈꿀렌에서 운반해와
캄보디아 씨엠립 앙코르톰
동쪽에 세운 타프롬 사원에는
아직도
자야바르만 7세가
가슴 치며
어머니를 그리워했다는
아무리 소리 질러도
작은 울림 하나 없는
그러나 주먹으로 가슴을 치면
쿵쿵 커다란 울림이 오는
통곡의 방이 있다네
착취당한
뼈골 빠진 노동과
혹사당한
만백성은 온데간데없고
가슴 치는 왕권만
유구하게 살아있는
타트롬 사원, 통곡의 방
**약력:1989년 《노동해방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옴. 시집 『맑은 하늘을 보면』, 『나는 죽어 저 하늘에 뿌려지지 말아라』, 『부평 4공단 여공』 등 다수. 현) 리얼리스트100 상임위원과 한국작가회의 이사, 인천민예총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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