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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호/신작시/박해미/아버지라는 세상의 이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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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박해미
아버지라는 세상의 이름
아버지는 내가 어디 사는지
자꾸만 물어보신다.
어떤 직장에 다니는지
자꾸만 물으신다.
어떻게 밥은 먹고 사는지
자꾸자꾸 물으신다.
가르쳐드리면 금방 까먹고선
또 물어오신다.
그런데 장남과 내 이름만은
잊지 않고 계신다.
82세의 쇠잔한 아버지,
거동마저 불편한 치매 깊은 아버지
햇살이 아까워 마당에 나가자 하니
다리가 아파 못 나가시겠단다
“그럼 혼자 나갔다 올께요”
“누가 니 잡아 가면 어쩌려고, 나가지 마라”
괜찮다 하여도 한사코 말리시던 아버지
“그래, 누가 니 데리고 가려하믄 얼른 큰 소리로 나를 불러라”
아버지 눈빛이 빛나는 순간의 모습,
참으로 오랜만이다.
단풍잎 목어
작은 모임에서 요양원에 봉사활동을 갔다.
나의 임무는 목욕 시켜드리는 일
훨체어 타고 목욕탕 들어온 구순의 할머니
“단풍잎 날라다니니 비켜나 계세요”
목욕을 담당한 내게 요양보호사가 말한다.
안들은 척 할머니 윗옷을 벗겨드리는 순간
훅, 날아오르는 수천의 단풍잎 떼,
먼 바다에서 헤엄쳐 돌아온 연어 한 마리
단풍잎 비늘까지 다 벗고 목어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시다.
**약력:1993년 《예술세계》로 등단. 시집 『꽃등을 밝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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