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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호/신작시/안원찬/엇갈이 배추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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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013회 작성일 16-12-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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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안원찬






엇갈이 배추




묵정밭을 갈아엎고 배추를 심었다
거름도 주고 김도 매주고 흙도 북돋워 주었다
몇 날 며칠 밭을 둘러보지 못하다가
보름 만에 가보니
키도 불쑥 크고 이파리들이 제법 나풀거렸다
그런데 웬일일까
자세히 들여다보니
배춧잎 속마다 애벌레들 가득 붙어서
고물고물 갉아먹고 있었다
동네 어른들 성화에 약을 칠까 하였으나
묵언 정진하는 스님 장삼으로 보여
차마 약을 치지 못했다
나는 농사를 망쳤지만
나비 떼가 묵정밭을 가득 채울 것을 기대했다
몇날 며칠 있다 가보니
배춧잎이 베푼 보시로
통통하게 살 오른 애벌레들 흰 나비가 되어
옆 묵정밭까지 차지하고 춤추고 있었다






잡초



밟힌다거나
차인다거나
쓸린다거나
깔린다거나
잠긴다거나
베인다거나
뽑힌다거나
온갖 살가운 형극 덮쳐온다



한 자리에서 생 마쳐야 하는 숙명 속에서도
가부좌 튼 채
꽃 피우려 염불하고 있다



소박한 야망 품고 살다가도 
곤경에 빠지거나 경쟁에 밀리기도 하는
고행
 


부처는 샛별 보고 깨달았다는데
나의 별은 어떤 것인가







**약력:홍천 출생. 2013년 《시에티카》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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