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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호/신작시/이기영/눈물이 비눗방울이 되는 능력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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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기영
눈물이 비눗방울 되는 능력
울음을 가진 아름다운 자세는
눈물이라는 고결한 태도에 닿아 있다
눈물이 팽창하는 비애의 방식으로
공중을 천천히 차오르며 출렁거릴 때
울컥, 한 방울로 완성될 때
슬픔이라든가 면역에 대해서는 짧은 호흡으로 말할 수 있지만
그리운 이름은 입 안 가득 고여 입술을 떠나지 못한다
심장 저 깊숙한 곳에 묻어 두었던 첫 번째 고백은
더 단단히 둥글게 말아 올리는 자세를 고집하고
다정한 체온이 건너가지 못하는 슬픔은
저 혼자 깊어져 주저앉기도 한다
눈물은 터지기 직전까지 울음이 아니다
그래서 참는다는 말의 장력은 떨림이다
주저하는 입술 혹은 수백 번의 고민 끝에
발자국 소리 없이도 떨어져 나온 이름들이
공중에서 천천히 가벼워진다
마침내, 눈물은 길게 호명된 이름으로 투명해져서 입술을 떠난다
기생寄生
배추흰나비 애벌레 등에 기생벌이 날아와 앉는다
이 달콤한 체위, 은밀하다
몸이 부풀어 오르고 순식간에 침샘은 흥분한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상관하지 않기로 한다
당신이 나를 껴입는 순간,
나는 당신으로부터 멀어지고
나의 몸은 당신의 눈과 날개와 일생이 되어간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당신과의 자웅동체를 꿈꾼다
비극이라는 연극이 희극이라는 무대에 올려진 그때
긴 탄식과 살육 사이에
잔인한 본능이 황홀하게 끼어들었다
나를 찢고 또 다른 당신과 만날 때
우리라는 극단은 완성된다
**약력:2013년 《열린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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