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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호/신작시/김사리/거울의 속성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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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332회 작성일 16-12-31 17:06

본문

신작시

김사리





거울의 속성




내 오른쪽 표정은 왼팔보다 길어서 바닥에 닿아있다
웃는 얼굴 뒤편에 숨긴
왼쪽 손바닥과 비밀을 캐내려는 생각은
나를 하늘에 매다는 일



지워버린 왼손에 대한 기억이 불에 덴 흉터라면
악수할 때 흰 종이가 활활 타오르는 충동에
오른손 다섯 손가락이 몸속에서 이부자리를 펴고 있다
덴 흔적도 없이 깨끗한 성냥갑 속 성냥은 폭발 직전이다
준비된 폭발은 한 방향으로 가지런하다



알 수 없어서, 할 수 없어서 웃는다
바깥쪽 표정이 하얗게 굳는 것도 젖은 성냥이 마를 때처럼 지루해
젖은 눈가를 훔쳐낸 손수건 한 장의 두께로
내 웃음이 부풀고 있다



나를 매단 오후에 바라기 꽃이 피었다
거울을 보면 오른쪽 얼굴이 골목길처럼 삐딱하다



숨겨진 표정을 다시 거울 속에서 만납니다
성냥갑을 밀고 들여다본 거울 속은
감추고 싶은 마음을 바치는 붉은 제단
오른쪽 얼굴을 지운 거울의 왼쪽 얼굴도 나의 것입니다
거울 속에서 막 꺼낸 몸이 불붙은 성냥처럼 확
날아오릅니다







흔들리는 잠



잠속 허공이 펄럭입니다
얼굴에 닿을 듯 까마귀의 울음이 음표처럼 일어서고
선 잠 또 선 잠
토막 난 잠속마다 오선이 그어지고

이분음표 사분음표 팔분음표
한 옥타브씩 올라가는 까마귀의 공중
자는 척 잠든 척 떠다니는
나의 잠을 쪼아 먹고 발톱을 기른 검독수리
한 마리를 잠의 공중에 날렸어요
 
너는 내가 아는 날개가 큰 무당이란다
네 부리로 물어다 놓은 마당 가운데 식칼에는
풀물인 듯 오래 전의 앵혈이 묻어있구나
잘게 저민 나의 잠으로 네 둥지를 만들어야 겠다



날아봐 날아보란 말이야
외침을 장대처럼 휘휘 저어 독수리를 날려 보내면
나는 잠 속에 숨어살며 그늘을 묻힌 손끝
크게 그린 독수리로 까마귀를 쫓는 사람



악몽이에요
까마귀가 그려놓은 오선에 걸려 음표 같은
울음들이 퍼덕여요 누가 나 좀
재워주세요






**약력:2014년 《시와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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