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63호/특집/제3회 전국계간지 우수작품상/문예연구/이세영/열쇠 외1편/수상작/신작/선정평/수상소감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573회 작성일 16-12-31 19:26

본문

특집

제3회 전국계간지 우수작품상






문예연구

이세영





<수상작>

열쇠




경로당에 가려던 어머니가 잔뜩 풀이 죽었다
열쇠를 어디 두었는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은 탓이다



구순이 다 되어도 눈 밝고 기억이 또렷했는데
옛집을 팔아넘긴 뒤부터 갈피를 잡지 못한다



이사하던 날도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었다
열쇠꾸러미를 잃어버렸다고
큰언니는 다짜고짜 자식 나무라듯 윽박질렀지만



어머니는 세상의 문을 여는 방법을 잊고
밖을 나설 때마다 허둥지둥 몸을 가누지 못하는 게다



예전의 그 열쇠가 아니어서
열쇠가 바뀐 후 열쇠만 낯선 것이 아니어서
어머니는 젖은 눈만 끔벅거리다가 그저 고개를 돌린다



나는 현관 옆에 못을 박아 가만히 열쇠꾸러미를 걸어둔다
어머니가 여전히 버릇처럼 더듬거릴 테지만
신발을 신다가 스스로 문득 열쇠를 발견할 것이므로







키 작은 꽃은




키를 낮춰 꽃을 피우는 이유는
뿌리를 떠나지 못하는 미련 때문이다
아래에서 묵묵히 올라오는
뿌리의 기도를 잊지 않은 것이다



때로는 하늘에 닿는 꿈도 꾼다
담 너머로 불끈 키를 높이며
곱게 화장한 얼굴을 좌우로 흔들고도 싶지만
여전히 먹이고 키우며 붙잡아주는



뿌리의 내공을 벗어날 수 없다
한 번씩 몸을 뒤척일 때마다
분수에 맞는다며 키 작은 꽃으로 피어
스스로 다독다독 뿌리의 말씀을 더듬는다







<신작>

새우젓



돼지국밥 한 그릇 받고
새우젓 몇 점 집어넣는다
종지에 오므리고 있던 몸이
뜨거운 국물에 잠겨 흐물흐물하다
수저에 얹혀 올라올 때는 이미
바다의 기억마저 벗어버린 듯하다



이렇게 얇은 껍질로
거친 파도를 어떻게 건너왔을까
굽은 허리 마디마디
희미하게 잘라놓은 세월이
살그머니 속살에 숨었다



출렁출렁 떠돌다 풀어진 생을 
국밥에 말아 먹는 저녁
물길을 헤던 손을 놓고
한 점 눈도 버린 새우처럼
나도 빈 몸으로 잠기는 중이다









<선정평>

맑고 지순한 감성




  계간 《문예연구》가 선정한 계간지 우수작품상은 이세영 시인의 「열쇠」(《문예연구》 2015년 여름호)와 「키 작은 꽃은」(《시와소금》 2015년 겨울호) 등 2편이다. 「열쇠」는 처음 발표 당시에는 제목이 「어머니의 열쇠」였는데 발표 후에도 몇 군데 수정과정을 거치면서 제목 역시 단순화된 작품이다. 「키 작은 꽃은」 역시 몇 군데 세심하게 공을 들여 다듬은 흔적이 엿보인다. 이미 발표된 작품들을 기어이 다시 만지고자 하는 시인의 자세가  참 맑고 지순하게 느껴진다.
「열쇠」와 「키 작은 꽃은」은 모두 생명의 면면한 근원을 살피고 있는 작품들이다. 특히 「열쇠」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결국 그렇게 되듯이 이제는 늙고 지친 어머니를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자식들이 결국 그렇게 되듯이 이 작품 역시 그 늙고 지친 어머니를 짠하게 보살피고자 하는 연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제 뿌리를 보듬는다는 점에서 「키 작은 꽃은」이 의미하는 바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소재도 정황도 맥락도 새롭지 않고 그저 소박한 일상의 흔한 한 장면을 포착하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그런 중에도 읽는 사람들을 뭉클하게 하는 여운만큼은 깊고도 길다. 그리고 그 여운은 작품을 자꾸 매만져 끊임없이 다듬고자 하는 시인의 맑고 지순한 감성과 잘 어울린다./문예연구 편집부.






<수상소감>

시간에 시를 가두지 않겠다





   겸손한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시의 모양을 꾸미려고 고민하는 만큼 평가에도 신경 쓰이는 게 사실입니다. 첫 줄을 적는 순간 읽는 이의 시선이 따라붙습니다. 시를 만나고 사람을 사귀면서 보편적인 소통을 이루지만, 작품을 대할 때는 각자 다른 색깔의 안경을 씁니다. 시의 동네에 살면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소감을 쓰면서도 몇 가지 주문에 당황합니다. 우수 작품에 ‘선정’되었으니 500자 아내로 적되, ‘시간이 촉박’하니 언제까지 ‘엄수’하라는 말에 주눅이 듭니다. 글동무들 잔치에서 시의 경합은 어떤 기준에 의한 것인지 궁금한데, 더구나 그 느낌을 만들어내야 하는 처지가 어색합니다.
   시를 품는 시간은 이런 상황을 벗어나고 싶습니다. 타인의 시선에 앞서 시의 대상을 배려하겠습니다. 시간에 시를 가두지 않고 편안하게 놀겠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글동무들을 이해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서겠습니다. 시가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는 거창한 이론보다 우선 저를 정화하고 겸손한 마음을 가꾸겠습니다. 우주의 말씀을 주신 것에 감사하며 받아 적겠습니다./이세영








**약력:2015년 《문예연구》로 작품 활동.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