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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호/신작시/노혜봉/수양버들 춤소리사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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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노혜봉
수양버들 춤소리사위
한겨울 둥치에 눈파람 칼바람을 맞으며
넌 사랑가 춤사위를 북 장단으로 갊아 두었다
꽉 참았던 햇살이 여린 손결마다
내리내리 연두빛 폭포로 터지고 있었다
실눈을 뜬 아기잎새가 말문을 트라고
봄볕은 햇숨을 길게 짧게 불어 넣는다
새끼손톱만 한 저 귀, 귀, 귓바람도
버들 가야금 줄을 골라 쫑긋쫑긋 튕긴다
실실이 은빛 가야금 줄이 낭창낭창 휘돌면
간지럼 물결이 발가락으로 번지면
가야금 가락 끊어질라 바람장단이 흥을 돋군다
스란치마 날리는 연두색 봄빛 주름 겹겹이
에야 데야 에헤야 업고 놀자 에헤야 춘향 아씨
숨찬 바람도 그네 턱에 앉아 쉬이고 쉬고 에헤야
차랑차랑 소리는 겹쳐 버들 잎새가 뒤집힌다
저 웃음꼬리를 틀면 연두빛은 환희! 더늠이다
봄빛 농익은 울림통에서 사랑가 뿌리까지
은빛 소나기 절창으로 귓밥들이 한껏 휘늘어진다
황수지黃水枝꽃 헐떡이풀
울릉도 안개구름 자오록한 옛 원시림 속으로
나리분지에서 성인봉으로 구비 틀며 가는 길
헐떡거리며 온몸 땀범벅이 되어 올랐다
초록 수풀 싱그러운 군락지엔 풀향이 가득한
이름조차 헐떡이며 여기에만 사는 띠 모양 꽃
꽃대와 꽃꼭지에도 샘털이 덮여 부끄러운 꽃
갓 서른 넘으며 갓 마흔 넘으며 갓 쉰 넘어도
실낱같은 삶에 속고 속으면서 달려온 헐떡이풀
달랑달랑 흔들면 수굿이 종소리 귀에 대고
울려 줄 듯, 병 시름은 그만 내려놓지 달랑달랑
뿌리와 심원형心圓形 잎새까지 꽃까지 통 털어
고질병 천식엔 말려서 먹기, 달여서 먹기,
목청이 트여 좋아라 술에 푹 담가 먹기
염증이나 알레르기도 막아주는 생 약제 야생화라
숨도 고르게 가라앉히는 풀꽃을 이제야 알았는데
오래전 가래 끓는 기침으로 꼬박 날밤 새우던 그이
고요로운 종소리로 모처럼 평안히 잠을 재우리
이젠 너무 연연해 하지도 슬퍼하지도 말자
황사 미세먼지 바람이나 거센 손아귀에서도
시퍼렇게 살아나 희귀종이 되었다는 풀 이야기에
헐떡이풀 꽃들이 한결 쌩쌩 숨을 고르고 있다
**약력:1990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산화가』,『쇠귀, 저 깊은 골짝』, 『봄빛절벽』, 『좋을好』, 성균 문학상,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 류주현 향토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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