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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호/신작시/김왕노/꽃 피는 날에는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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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239회 작성일 16-12-3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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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왕노






꽃 피는 날에는




사람이 죽으면 무덤을 만들지 않고 그냥 땅에 묻고 다진 후
그 위에 어미 낙타가 보는 가운데 새끼낙타의 목을 쳐
생피를 뿌리면 먼 훗날 사람 묻힌 곳을 다시 찾으려면
죽은 새끼를 찾아가는 어미낙타를 앞세운다는 시를 읽었지.
그런 민족이 있고 칸도 그렇게 했다는 시 읽었지.
나도 내 사랑이 죽은 자리에
꽃 모가지를 무참히 꺾어 던지고 영영 떠나왔으므로
세상에 꽃피면 나도 내 사랑의 무덤을 찾아가야지.
혈안이 되어 새끼가 죽은 자리를 찾아가는 어미낙타처럼
심장이 터질 듯이 꽃 피는 곳으로 달려가야지.
꽃 피는 자리가 내 사랑이 죽은 자리라면서
꽃 지기 전 서둘러 미쳐서 밤새워서 달려가야지.
꽃 피는 날이면 돌을 씹어 우지끈 이빨이 깨지듯
내 하루를 깨뜨리며 꽃 피는 쪽으로 득달같이 뛰어가야지.






깎아지른 것들



강물은 천 년 흐름으로 강가에
깎아지른 벼랑을 세우고
억겁 햇살은 들판 끝에
수직의 나무를 즐비하게 심어놓았다.
태풍이 휩쓸고 가도 결국 넘어지지 않는
전신주를 세운 굳건한 마음이
칠흑의 밤에 등을 켠다.
아무리 강풍이 불었다고 해도
그들을 직시하는 풍향계와 풍속계는 있다.



우리가 모르는 어느 산골에서
돌풍이 휘몰아쳤다 해도
꽃잎이 휘날렸을 뿐
끝까지 부러지지 않는 가지가 있다.
무엇에도 무너지지 않는 새파랗게
깎아지른 정신이 있다.



즐비하게 서 있는 가로수들
곧 일어나 벽을 잡는 것들
뿌리를 뻗쳐 일어서는 것들
세월이 몰아쳐도 흔들리기만 할 뿐
여전히 무너지지 않고 파란 하늘을 떠받드는
새파랗게 깎은 죽창 같은 당간지주 같은, 굳건한







**약력:199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슬픔도 진화한다』, 『말달리자 아버지』, 『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 『중독』, 『사진속의 바다』, 『그리운 파란만장』 등. 한국해양문학대상, 박인환 문학상, 지리산 문학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문학창작금 수혜 상. 《시와 경계》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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