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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호/신작시/임동윤/나무는 뼈가 잎이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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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762회 작성일 16-12-3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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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임동윤






나무는 뼈가 잎이다




대청봉 주목은 뼈가 잎이다
살아 천 년 죽어서도 천 년을 산다는 나무
눈보라 휩쓸고 가는 정상에서
나무는 손발 묶인 시간으로 정박해 있다
사라져간 푸른 잎과 말라 비틀린 둥치
바지랑대처럼 바람에 흔들리지만
하늘 달려가던 시절은 뼈로 남고
해발 1708미터
아득한 백두대간에 몸을 맡기고
벗겨진 정수리가 종일 수련을 한다  
꼬장꼬장 남은 뼈,
몇 번인가 풍경을 지우는 눈보라
눈 감으려 해도
눈 감을 수 없는 정상에서
이제 나무는 뼈가 잎이다






복령*을 찾아서




그날, 비명횡사한 적송을 본다
연 이틀 쏟아진 폭설에
한 줌 뼛가루가 된 주검을 본다



밤새 눈은 내려서 그의 몸을 덮었을 것이다
그 어떤 사물도
그의 내력을 발설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입을 막았을 것이다



마른 살들은 얼어붙고
캄캄한 뼈들은 문을 닫고
다만 살아있는 뿌리 끝을 흘러내리다가
마침내 멈춘 저 울혈鬱血



지금,
약재상가 귀퉁이 좌판에 누워 있다
저 황망한 죽음이 내게로 와서
문득 머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



그리하여 내 둘레가 캄캄해지면서
폭설에 팔부능선이 파묻히면서



   *복령 : 수령 50여 년 된 소나무의 죽은 뿌리에서 기생하는 버섯.







**약력: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사람이 그리운 날』, 『아가리』, 『편자의 시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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