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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호/신작시/김석교/허공의 집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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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석교
허공의 집
이육십 년 전 꿩못가에
누님과 살았던 칠팔십 늙신네
홀로 기억의 집을 짓고 있었다
농로 매일 오가며
말수작도 괭이손이라고
싱거운 말을 붙여도 빙긋 웃기나 하던
그 노인 어디로 갔을까
새봄이 오기까지 일 년 넘게
눈품 팔아도 보이지 않는다
땅 위엔 짓다만
세 평 조립식 쇠뼈대가 빨갛게 피고
창문 없는 창틀이 바람에 몸을 맡길 뿐
꿩못가 허공의 집 오늘은
나뭇가지가 철근 엮고
바람이 레미콘 붓고
새소리가 감독한다
낙엽 편지
모든 낙엽수는 우체국
모든 낙엽은 손편지
용서하고 용서받고 싶은 날
바람은 낙편을 배달하고
햇살은 그늘에서 읽는다
나 아직 편지 쓸 자격 있을까
라고 말하지 않으리
너와 나는 일생에
긴 편지 주고받았나니
나의 낙편은 너의 흙으로 돌아간다
**약력:1995년 《월간문학》으로 등단.시집 『넋 달래려다 그대는 넋 놓고』, 『봄날 아침부터 가을 오후까지』, 『카르마의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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