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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호/신작시/김곳/결빙結氷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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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곳
결빙結氷
변심은 한파의 성질을 가졌다
사랑이 그렇다해도
온기 없는 변명으로 배꾀지 않기를
눈보라 떠도는 마음 밖이 시릴 때
물결은 설레던 기억을 지운다
입속의 말 꽁꽁 얼어붙은 채
제 속의 비수를 들키는 계절
물은 거울의 숨결을 가졌다
겨울의 적막은 무료해서
얼어붙은 말들 모조리
깨부수고 싶다 오늘은
사랑이 그렇다해도
다시 물이 되어 흐를
해빙解氷의 봄이어 오라
사라진 호수
백수白壽를 앞두고 야위어가던 호수가 사라졌네 현실이란 게 때론 감았던 눈 뜨는 것처럼 하루하루 열고 닫는 일이었어 눈과 눈꺼풀이 생과 사의 경계였어 호수가 있던 자리마저 사라지고 대신 드러누운 하얀 구름들
호수가 있는 숲을 나서기 전 그렁한 눈빛 보긴 했었네 이미 새털구름 저만치 떠가고 눈물샘이 마른 지 오랜 마음에서 클랙슨 빵빵거렸네 지체할 수 없다고 호수의 목 메인 손 서둘러 빼고 나선 것이 목에 가시로 걸리고 말았네 호수 옆을 지키던 참나무 하나가 두고두고 그 눈빛 걸릴 것이라며 부시럭 부시럭 마른 잎을 떨구었네 별리의 시간을 호수는 예감하였겠지만 늘 문밖을 향해 있는 내 발목이 고질병이었네 하나같이 푸른 대나무들 곡소리에 호수가 젖는데 호숫가에 나고 자란 나무들처럼 내 피는 뜨겁지 않아 차고 정한 가슴이 외따롭고 외따롭네 눈물짓기 힘들거든 매운 양파가 좋다는 말 얼른 주어 담은 적 있었네 양파의 용도가 꽃이 아닌 슬픔이네 날마다 하늘의 거울이었던 호수 위로 말간 얼굴 하나 얼룩을 지우며 사라져 가네
**약력:2005년 《문학도시》로 등단. 시집 『숲으로 가는 길』, 『고래가 사는 집』. 서동문화공간 집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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