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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호/신작시/이용임/작약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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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용임
작약
우울이 자궁의 일이라면
난 푸른 피, 흐르지 않는 혈관에
갇혀 있는 거지
심장을 머리에 이고
강을 건너가네
슬픔이 비장脾臟의 일이라면
난 굳은 향, 불지 않는 바람에
살고 있는 거지
돌 아래 속눈썹을 묻고
물 위에 색이 번졌다는
여자가 건너가네 하늘하늘
얇은 계절이 따라가네
몸을 열어 황폐가 되고
노래를 불러 고혹이 되니
이야기가 밤의 일이라면
꽃이 염치의 일이라면
나비를 부르지 않는
그늘이 나의 일이라면
여름
비는
사각사각 내린다
푸르게 번지는
멍
손가락이 끈적한
냄새를
따라가자
발뒤꿈치가 환한
오후를
걷자
하늘이 낮은 동네의
투명한 지붕들
한밤의 고막을 채우는
폭우의 웅성거림이 있더라도
이명처럼 나는
잠자리를 바라보자
씻은 이마에
솜털이 자란다
이제 발톱을 기르는
어리디 어린
계절
**약력: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시집 『안개주의보』.산문집 『당신을 기억하는 슬픈 버릇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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