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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호/신작시/이현서/겨울 별자리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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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121회 작성일 16-12-3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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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현서





겨울 별자리



수억 광년 연대기를 건너온
부드러운 요람의 평화가 중심을 잡아요



눈송이 사각거리는 겨울밤
구유에 누인 아기예수처럼
신생아실 아기바구니에서 잠을 자는 아기들
부드러운 물의 자장을 따라 흘러왔을 시간들을
태엽을 풀 듯 풀고 있어요



어느 날 신이 한 줄기 빛을 뽑아 순한 영혼을 불어 넣었어요
천천히 페활량이 부풀어 오르고
먼 우주 발원지에서 채집된
빛의 알갱이들이 첫 보폭을 디뎌요
천사의 지문이 묻은 인중 아래 분홍빛 입술이 오물거려요



찰랑 고요를 깨는 파문이 기원을 더듬어요
구불구불한 원시의 숲을 지나
빛의 따뜻한 손이 자음과 모음을 새겨넣어요
한꺼번에 쏟아지는 물비린내
순한 영혼들이 아가미를 뻐금거리며 겨울 별자리로 박혀요






착란의 봄




비탈을 내달리던 바람이 오월의 푸른 경첩을 열어요



마당 구석에 한 자배기 그늘이 펼쳐지고
몸속으로 꽃구름이 지나가요
파랗게 풋감이 열린 감나무가 그늘을 넓혀가듯
빼곡한 문살들 틈으로 수만 개의 바람이 불어 와요
담장 위에는 수천 개의 붉은 줄장미가 피어나요



서로의 그림자로 뒤척이던 담장 아래
비린 꽃들의 체위가 어지러워요



감나무 그늘 아래에서 전생을 걸고
조약돌을 손가락으로 튕기며 조금씩 땅을 넓혀갔어요
손끝에는 예감처럼 어둠이 자라났어요
포플린 치마를 무릎까지 걷어 올린 채
해가 저물도록 땅따먹기 놀이를 하던 집



난기류를 타고 표류하던 꽃잎 속에서
채운彩雲*이 피던 시간이 걸어 나오고 있어요



노을을 밟고 움찔움찔 달이 자라나요
장미의 뾰족한 입술마다 가시가 돋아나는 날이었어요



   * 여러 빛깔이 아롱져서 무늬가 있는 고운 구름.







**약력:경북 청도 출생. 2009년 《미네르바》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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