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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호/신작시/박종인/호기심의 역할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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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박종민
호기심의 역할
비유는 의미를
몸에 대한 신비를 가리듯
꽃잎 같이 떨어뜨렸어. 벽 너머에 소화시키지 못한 것처럼
비밀스런 치마와 바지가 앉아 있었지
연속극이 진행되어 절정에 이른 시청자 같이 가지런한 세계가
은밀한 진행을 알고 싶어 했지 예고편이 안쪽 세상을 엿보았어.
문풍지가 부르르 떨던 것이 생각났지
성서의 비유는 짝이 있어서
상상의 세계를 빠져나온 호기심이 눈과 귀를 밀착시켰지
살금살금 발자국을 죽이며 엉거주춤 기어갔어.
추리는 상상을 부추기고
바지의 뒤척임과 치마의 스적임에 귀를 열며
이미 몇 개의 물체들이
수줍은 첫날밤의 상영을 기다리고 있었지
시커먼 밤의 복면 쓰고 벽의 세계를 기웃대는 물체들
호기심이 상상의 골격을 형성시키고
치마의 도두룩하게 파인 가슴께의 속살을 주시했어.
쉿! 입에 일자를 그렸지 조용조용 끼어든 자리
틈새로 보일 듯 말 듯
치마는 바깥세계 동정 아는지 모르는지
봄꽃처럼 수줍게 미소 띤 체 고개 숙이고 있었어
게슴츠레 눈길을 보내는 바지는
신혼의 밤을 위해 모닥불을 지피기 시작했지
여기저기 구멍이 꽃무늬를 그리기 시작한 벽
소란과 무례는 한통속이라고
예수의 신부 반열을 호기심이 떠올렸어
그때 기대고 엉기다 강한 바람이 갑자기
확, 벽을 무너뜨렸지 신혼을 덮쳐버렸어
그렇게
신비가 불붙은 첫날밤을 호기심이 훼방 놓고
신부로 단장한 예루살렘은 상징적으로 다시 세워졌지만.
문자적 예루살렘은 가볼만 한 곳으로 강하게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방문을 부추겼어
다음 회를 위해 남긴 연속극처럼
기대를 몽땅 갖게 했지
아마겟돈
1.
소방대원 여섯 명, 무법천지의 불길 진압하다 순직했다. 방화범은 콜라빛 머리 색깔의 욜라 짱나 담탱이 같은 해체된 모국어가 튀어나오는 어머니와 다툰 피신한 아들 구출하려다 참변을 당했다. 의사는 사람을 살리지만 자신까지 내던져 목숨을 구하지 않는다.
2.
지구의 반대편에선 공기를 볼모로 검은 오일 때문에 유혈 전쟁이 한창이다. 바람처럼 장전된 총, 파도 몇 놈 포로로 수면에 날린다. 허무가 독한 마음으로 자폭한다. 공기를 구출하러 하늘을 점거한다.
공기가 변절하여 방아쇠를 당긴다. 성깔 한 번 낸다. 조수석 짙은 화장을 한 치욕스런 공기를 향해 불끈불끈 날뛰는 파도 바닥에 주저앉아 노래하는 악기처럼 자유롭고 싶다 서부의 총잡이 존 웨인이 된 아이 절벽에 제 또래의 여자아이를 구출하는 상상을 한다. 총을 가발 쓴 대머리 아저씨의 머리통에 들이민다.
3.
앞으로는 가난에서 구출 힘겨운 고난에서 구출 “건강관리에서 구출” 새 잡는 자의 덫에서 구출 위기의 결혼생활에서 구출이 있을 것이다 수백만 명이 도와달라는 여러 갈래의 부르짖음을 단박에 일소할 일시적이 아닌 근본적인 영원한 구출 무기가 필요 없는 아마겟돈이 임박했다.
**약력:2010년 《애지》로 등단. 시집 『미술관에서 애인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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