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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호/신작시/이길상/샴쌍둥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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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길상
샴쌍둥이
TV에서 샴쌍둥이가 보인다
보이거나 지금은 우산이 없어 내가 젖고 있는 중
30년 넘게 전시된 TV를 보며 이 길을 지난다
난 30년 동안 이 길을 지나갔거나 한 번도 지나가지 않은 자
어차피 세상은 세상이거나 세상 바깥
시간은 영원히 사라지거나 계속되기도 하는 문 아닌 문
샴쌍둥이가 너의 눈에 들어온 순간
죽는 순간까지 영원히 가지고 가야 할 풀리지 않는 미로
그냥 얼음으로 얼거나 죽으세요
시간을 다 보낸 시간이 지나가거나 지나가지 않는다
지금 시간은 정지한 자를 위한 것
정지한 채로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보는 자를 위한 것 그리하여
살아온 전부를 털어 바꾸어도 괜찮을 때 보이는 것
누군가는 우산을 쓰거나 접거나
젖고 있으리라
지금은 과거거나 먼 훗날
그 누군가 한걸음으로
먼 풍경에 입성할 때나
보일 샴쌍둥이
에이즈 퇴치를 주제로 내 펜에서 나오는 모든 것
나는 나를 닮은 핫도그를 본 적이 없어
말없이 물러난 거리에서 한 발짝 더 물러나니
내가 나머지 한 사람이었다
젠장 교황님이 나온단 말야
옷 입고 나오란 말야
저게 세계지도란 말이죠
없는 게 낫겠는데요
네가 찾는 게 뭐야
할 말이 없을 때
되찾은 자유
저기 교황님이 지나간단 말야
알았어 이 씨부라아알
선생님은 화를 참을 수 있어야 한단다
온화한 선생님과
애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탈의실 문틈으로
내 눈에 들어온 세상의 고요가
슬픔처럼 읽히리라
다들 돌아갔다
입을 일이 없었는데 옷을
벗으면 진짜 옷을 입을 수 있는 걸까
옷을 저 아랫도리 닮은 핫도그에나 씌워주는 오후
울화통 끝에 달린 영혼
**약력:전주 출생.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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