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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호/미니서사/박금산/코를 애무하는 낯선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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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서사
박금산
코를 애무하는 낯선 취향
작업실을 얻은 뒤부터 남편은 취향이 낯설어졌다. 내 귀를 잡고 입 술에 키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콧방울을 혀끝으로 건드린다. 싫은 것 이 아니다. 느낌은 괜찮은데 왠지 누군가로부터 지령을 받아서 새로운 방법을 터득한 것처럼 느껴진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도 내 귀를 잡 고 코를 깨문다. 이건 무엇일까.
친정 언니에게 묻는다. “언니, 남편이 이상해.” 이상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연애시절부터 여태까지 한번도 안 하던 코 애무를 하루에 한번 이상 해온다. 독립 작업 공간을 마련한 다음부터이다. 꼴에 애인 이 생긴 것이다. 나는 언니에게 묻는다. “언니, 그런 거면 어떡하지?” 언니는 단호하다. “헤어져야지!” 그래 헤어져야 할 것이다. 다른 여자가 요구했던 애무를 아내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해대는 놈과는 살 수 없 다.
남편을 미행한다. 길이 한적해진다. 미행하는 것을 들키겠다. 나는 택시 기사에게 멈추라고 말한다. 도시 외곽의 한적한 길에 택시 기사 와 단둘이 있으려니 무섭다. 남편을 부르고 싶다. 나는 택시에서 내린 다. 내비게이션에 남편 작업실 주소를 입력하고 걷는다.
돌멩이를 집어 든다. 남편의 머리를 박살내고 말 것이다. 작업실 창 문을 들여다본다. 어떤 여자인가. 돌멩이를 더 큰 것으로 바꾸어 손에 쥔다. 남편이 소파에 앉아서 웃는다. 비열한 웃음이다. 나는 남편의 웃 음이 향하고 있는 방향을 응시한다. 창틀에 고양이가 앉아 있다. 남편 이 “야아옹” 한다. 새끼 고양이가 남편에게 다가간다. 고양이가 남편의 코를 핥는다. 남편의 손가락을 빤다. 쩝쩝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남편 의 작업실에는 애무를 가르치는 고양이가 살고 있다.
**약력:소설가. 1972년 여수 출생.《 문예중앙》으로 등단. 서울과기대 문예 창작학과 교수. 소설집『 생일선물』,『 바디페인팅』,『 그녀는 나의 발가락을 보 았을까』. 장편소설『 아일랜드 식탁』,『 존재인 척 아닌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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