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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호/권두칼럼/장종권/정신문화를 챙기지 않는 발전은 모래성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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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칼럼
장종권
(시인, 본지주간)
정신문화를 챙기지 않는 발전은 모래성일 따름이다
공정한 사회, 공평한 사회를 부르짖는다는 것은 이 사회가 아직 공정하지도 않고 공평하지도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의사회도 마 찬가지이다. 정의롭지 못한 사회이기 때문에 그런 슬로건들이 잘 먹 혀든다. 그러니까 시대적이든 정치적이든 그 슬로건을 보면 그 사회 의 현실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경제가 비민주적인 양상이 면 경제민주가 총선의 캐치프레이즈가 되었을 것인지 가늠하고도 남겠다. 그런데 반대로 전혀 이슈화 하지 않는 문제들은 과연 그럴 만한 이유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아예 그 중요성이 없다는 것일까.
세상은 강자의 논리로 이끌어져 간다. 약자는 아무리 논리를 내 세워도 먹혀들지 않는다. 그저 헛소리로 치부된다. 약자들의 생각을 대변해서 강자들은 그들의 논리를 정당화 시키곤 하는데, 깊이 분석 해 들어가면 그것도 다 시늉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는 약자들 을 위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 기득권이란 정말 놓치고 싶지 않은 신의 선물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허울조차 도 전혀 필요치 않아 보이는 정말 중요한 사항들이 한두 가지는 아 닐 것이다. 그 중 오늘 우리 사회의 정신을 이끌어가고 있는 문화예 술은 지금 어디에 팽개쳐져 있을까. 그리고 문화예술인들은 과연 약 자일까, 강자일까. 분명 강자는 아닐 것이다. 그럴 리가 없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문화도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는 모르지만 분명 발전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명의 발전을 따라가기 위해 문화가 기를 쓰고 있는 모습이다. 과 학이라는 것이 문명을 주도한다고 볼 때, 문명이 이 과학을 따라가 기 위해 본 모습까지 흐트러뜨리면서 달려가는 꼴이 안쓰럽다.
과학과 경제가 핵심이 된 세상에서 인간의 정신문화는 더 추락 할 수 없는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이 정신 문화에 대해서는 누구도 일언반구 꺼내지 않는 것이 아리송하다는 것이다. 정신문화에 대한 슬로건이나 캐치프레이즈가 없는 것을 보 면 이 정신문화는 아직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는 뜻일 수도 있겠다. 글로벌한 경제를 따라, 글로벌한 과학문명을 따라, 문화도 글로벌한 대중문화로만 그 바닥을 넓혀가고 있는 마당에, 기본적이고, 전통적 이고, 정통적이고, 정신적인 바탕 문화예술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우리의 전통적인 정신세계는 도대체 무엇이며 어디에서 잠을 자 고 있는지 궁금하다. 철학이 없고, 철학을 외면하는 민족의 앞날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민족의 철학이 과연 무엇인지 아직도 아리송한 민족이 있다면 그 민족이 타민족으로부터 대등한 대접 받는 일이 가능할 것인가. 아무리 글로벌한 경제가 급하고 과학문명이 군사적 강대국을 향한 지름길이라 하더라도, 이것은 바늘허리에 실 매달아 쓰자는 성급한 논리에 가까워 보인다.
민족의 지도자이고 자신이 소수인 강자에 속한다고 판단이 된다 면, 기득권이 아까워 정말 놓치지 않으려는 몸부림만을 칠 일이 아 니다. 그렇다고 특별한 희생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국가와 민족의 근본적인 철학을 한 번쯤 돌아보자는 것이다. 민족의 정신문화를 챙 기지 않으면 나중에는 그 어떤 부와 힘을 얻는다 해도 모래성일 따 름이다. 알맹이를 챙기지 않으면서 공정 공평한 사회, 경제민주화를 부르짖으며 강해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시대에 우리 는 서있다.
이번 특집은 '인공지능시대의 시'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생 각하고 철학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 되도록 하기 위 해 과학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몸은 없고 머리만 있는 과학, 감 성은 없고 논리만 있는 과학, 그 과학이 인류의 미래라면 사실 달갑 지는 않다. 인간이 해야 할 일을 기계가 대신해주는 세상을 기다리 면서 인간은 과연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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