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62호/추모특집/이가림 시인 타계 1주기/강우식/보고 싶으이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273회 작성일 16-12-31 12:27

본문

추모특집

강우식






보고 싶으이





   시인 이가림, 계진이 작고한지도 벌써 1년이 된다. 하늘나라도 지 상과 마찬가지로 화창한 봄이다. 매화 하얗게 핀 그늘 아래서 시쓰 는 친구들과 술판이 한창이다. 무슨 이야기 끝인지 가림이가 이야기 를 하는데 좌중이 모두 박장대소 하고 있다. 시인들이 그렇게 웃으 니 매화꽃도 파안대소 한다 그 중에는 웃음을 못참아 꽃잎을 한두 잎 떨구기도 한다,  

   계진은 그의 본명이다. 그와 나는  학과는 다르지만 같은 학교에 다닌 관계로 알게 되었다. 가림은 불문학과에 다녔고 나는 국문학과 였다. 서로 알게 된 것은 학교신문사를 통해서였다. 가림은 그림 재 주가 있어 신문의 삽화를 맡아놓고 그렸고 나는 틈만 있으면 그 알량한 글재주로 술값을 버느라 시뿐 아니라 소설 수필 잡문 등을 가리 지 않고 마구 써대는 매문쟁이여서 자연히 알게 되었다. 그 무렵 불 문학과는 우리나라 불문학계의 큰 어른이신 손우성 교수가 있어선 지 학생들의 자부심도 대단했고 예술적인 분위기도 있었고 여학생 들도 한결같이 이쁘고 멋쟁이였던 기억이 있다. 이가림이 다니던 학 과에는 제주도 출신의 시를 쓰는 한무도 있었다. 나와 <지하시>동인 을 같이한 친구였었다. 하늘나라에서도 자주 교류하리라 본다. 나는 처음에는 이가림이 시를 쓰는 줄 전혀 몰랐다. 화가가 될 줄로 알았 다. 가림이 시를 쓰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대학 4년 여름방학에 시골 우리집으로 엽서 한 장이 날아들어서였다. 사연인즉 가림과 나와 둘 이서 동인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고등학교 때부터 신석정 선 생 밑에서 시 가르침을 받았다고 했다. 그 부탁은 내 게으른 천성 때 문에 흐지부지되고 지나가고 말았다. 그후 나는 졸업하고 대학원에 적을 걸고 있었다. 하루는 학교로 두툼한 편지가 하나 전달되었다. 카츄샤에 가 의정부인가 어디서 군생활을 하는 가림의 편지였다. 그 편지는 내가 일생에 받아본 편지 중 가장 긴 편지였다. 내 자신도 아 무리 연애편지를 하더라도 그렇게 긴 편지를 써 본 적이 없는 편지였 다. 흰 모조지 전지를 대학노트 넓이로 오리고 다시 그만한 것을 붙 인 장문이었다. 그 편의 제목이 ‘빙하기’였고 부제가 쟝파티스 클라 망스에게였는데 후일 그 편지의 내용이 압축되어 가림의 신문예 등 단작이 된 <빙하기>였다. 가림은 정자체로 글씨도 아주 반듯하게 잘 썼지만 그 편지의 내용도 서정적이면서도 무게가 있었다. 오늘날의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한  글로 내용 중에는 무슨 비행장 얘기도 있고 달리는 진철 밑을 기어들어가는 장면이 어렴풋이 지금도 떠오른다. 이 편지는 아쉽게도 뜨내기 생활 동가숙 서가식 중 오리무중이 되고 말았다. 이가림이 생전의 어느 술자리에서 이 편지 얘길 했더니만 그도 상당히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였다. 그 편지 잃지 않고 아직도 간직했더라면 문학사에 희귀한 자료가 충분히 되었을 것이다.

   아마 나는 가림이 일찍 이 세상을 뜬 것은 생래적인 그의 체질로 여긴다. 왜냐하면 대학 때도 턱에 제법 큰 흰 반점이 있어서 내가 왜 그러냐고 물어본 기억이 아직도 있어서다. 아무튼 가림은 갔다. 지 상에서 그의 살붙이던 가족과 시를 사랑하던 친구들 곁을 떠나고 말 았다. 하지만 60년대 신석정의 대표시인으로 일생초지일관했던 가 림의 자취는 사라지지 않으리라. 가림은 일생 시의 본질은 서정이라 는 믿음을 갖고 오로지 한 길로 시를 써 온 시인이다. 아마 그런 시인 도 이 땅에는 다시 찾아보기 힘드리라. 이가림 시인! 여기 지상에서 의 술 한 잔 내가 따르니 내려와 이 봄날 하루를 같이 하지 않으려나. 보고 싶으이.







**약력:196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사행시초』,『 고려의 눈보라』, 『꽃을 꺾기 시작하면서』,『 물의 혼』,『 설연집』,『 어머니의 물감상자』,『 바보 산수』,『 바보산수 가을 봄』,『 마추픽추』,『 사행시초2』 발간. 현대문학상, 한국 시인협회상, 한국펜클럽 문학상 시 부문, 성균문학상, 월탄문학상, 김만중문학 상 수상.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