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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호/신작시/박상천/엄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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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791회 작성일 16-12-3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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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박상천





엄살




당신이 떠난 뒤,
난 엄살을 부릴 수가 없네요.



지난 연말 백내장 수술을 했어요.
걱정이 되었는지 딸이 병원에 따라오겠대요.
난 아주 간단한 수술이니 걱정 말라고...
내가 뭐 어린애냐고...
니가 내 보호자냐고...
웃으며 완강하게 오지 못하게 했지요.



당신이 있었으면
못이기는 척 따라오라 했겠지요.
아니, 따라오지 않으면 속으로
섭섭했을 지도 몰라요.



수술 대기실에 있는 중년의 남자들에겐
아내들이 모두 따라와 있는 걸 보고
괜히 한국 남자들의 엄살을 생각하며
그냥 속으로 웃기도 했어요.



수술이 끝난 후 집에 돌아와
태연히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요.
당신이 있었으면
아프다고, 불편하다고 엄살을 좀 부렸을 지도 모르지요.
엄살인지 알면서도 당신은 받아주었을 테고……
당신이 없어 난 이제 엄살을 부릴 수가 없네요.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당신, 최근 제게 전화 걸어 본 적 있나요?
당신이 혹시 제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착신음 서비스에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을 올려놓았어요.
가사처럼, 그냥 그렇게 그렇게 살고 있어요.



“물끄러미 선 채 해가 저물고
웅크리고 앉아 밤이 깊어도
결국 너는 나타나지 않잖아
거짓말 음 거짓말“



당신은 내게 ‘다시 오겠다’고
‘잠깐이면 될 거라고’ 말한 적은 없었지요.
그래서 당신이 거짓말을 한 건 아니지만,
제 생활이 어느 날 문득 모두 거짓말이 되어버렸지요.



늦은 밤, 내가 깊이 잠들어 전화를 받지 못하더라도
제가 어떻게 사는지 전화 착신음을 한 번 들어보세요.
“우우우우우
찬 바람에 길은 얼어붙고
우우우우우
나도 새하얗게 얼어버렸네“



가사가 좀 슬프긴 하지만,



이적의 목소리가 너무 애처롭긴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슬퍼하진 마세요.
그냥 거짓말처럼 살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내가 또 괜한 짓을 했나 봐요.
내일 착신음 바꿀게요.
그리고 거짓말처럼 살아갈게요.








**약력:198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사랑을 찾기까지』, 『말없이 보낸 겨울 하루』, 『5679는 나를 불안케 한다』, 『낮술 한잔을 권하다』. 한국시협상, 한국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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