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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호/신작시/유안나/벽돌을 쌓듯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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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1
댓글 0건 조회 353회 작성일 23-01-0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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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호/신작시/유안나/벽돌을 쌓듯이 외 1편 


유안나


벽돌을 쌓듯이 외 1편



둘이 사는 동안 

당신 옆에서


당신이 멀리 

가지 않도록

치맛자락을 펴 바닥을 만들고


마음이 드나들도록

미간에 쪽문을 열어두고


진달래꽃 위에

콩새의 노래 쌓고

콩새 노래 위에 나비 비단옷 쌓고

나비 비단옷 위에 바람의 눈물 쌓고

눈물 위에서 기우뚱 허공을 짚을 뻔


몇 번의 엇갈림을 

통과하는 동안 

담은 조금씩 두터워져


고인 어둠에 한 줄기 햇빛을 부양하며


세상 모든 검은 비

세상 모든 불온한 구름 

밖에 세워두고 싶어

벽돌 한 장씩 올리는 

참 아슬한 





당신이라는 역



짐은 무겁고 다리가 아팠네

고즈넉한 어느 마을이

그대의 다정한 무릎 같아서

내 짐을 잠깐 내려놓았네

어디선가 기차가 지나가고

어디선가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네

상처 입은 짐승처럼 헤매다 돌아와 

그대 옆에 누워 잠 들었을 때

그대는 내 잠을 지켜 주었네

그러나 다음 역에서 부르는 소리 급하게 들려와

서둘러 떠나가느라 

부르다 만 당신의 이름을 떨어뜨렸네

당신은 그 이름을 주워서 주머니에 넣고 기다렸다 하고,

가슴에 노오란 물집이 생겼다 하고,  

햇빛이 덧문 사이로 끼어들고

참새들이 은사시나무에서 재재거릴 때

어떤 한없이 여리고 한없이 아파하는 이에 대한 생각이 났네

그에게로 흐르는 수문을 열어

연한 버들잎 하나 떠나보내네

진흙땅 건너면서 내게 마른 발자국을 남기는 사람이여

영혼이 찢겨 돌아오면 자리 내어줄 역이여





*유안나 2012년 《애지》로 등단. 시집 『당신의 루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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