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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호/신작시/황미현/가벼운 돌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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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호/신작시/황미현/가벼운 돌 외 1편
황미현
가벼운 돌 외 1편
지구도 달도
다 떠 있는 별이다
떠 있다고 생각하면 또 얼마나
가볍다는 생각이 드는지
거리와 각도를 사이에 두고 모여든
돌들의 마을을 떠올리면
은하, 라는 옛날 동네 친구가 떠오르지
아주 많은 것들을 손등에 갖고 놀았지
늘어나는 숫자의 별만큼
공깃돌을 한 줌씩 던지거나
양손에 줄을 쥐고 뛰어넘는 줄넘기 놀이
팽팽하게 당겨진 별들과
마주쳤던 기억
그때
빛의 씨앗들을 품고 반짝이고 있던 돌
눈부신 미로들이 생각나
싱싱하게 부풀어 오르던 기억들이었지
무중력, 오래될수록 기억은
숨을 쉬지 않고
손등에 올린 공깃돌을 공중에 던져 올리던
결국, 그 돌을 받지 못하고
손바닥은 지금도 비어 있는데
우리는 가장 가벼운 돌을 갖고 놀았으면서
가장 무거운 사이가 되어가고
떠 있는 별들 사이의 어떤 가벼운 돌은
가끔 돌아눕기도 하지
우주의 별들
그저 떠 있는 돌들이지
망설이는 구석
구석을 망설인다면
한 채의 집엔
망설이는 곳이 너무 많다.
방 하나에 망설이는 곳이 네 곳이나 있다
창문에도, 책상에도 한 장의 종이에도
깨지고 부서지고 찢어지는 구석들
그런 구석을 없애자고
둥글게 둘러앉은 풀밭의 동호인들
그렇지만, 망설이는 일이
꼭 네모난 구석만은 아니다.
동그란 곳, 세모난 곳에도 구석은 있다.
세상에는 망설일 수 있는 곳이
마음 놓고 서성거릴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꽃들도 물줄기도 망설일 수 있다면
물고기처럼 늦게 온 봄처럼
바위 밑이나 미루어진 곳을 찾아
망설일 수 있을 것이다
밝은 구석은 날짜들을 옮겨 다니고
익숙하거나 잘 모르는
집 안에 박아놓은 구석 몇 개
반쯤 지워지거나 깨트려 먹은
은밀한 달의 동그란 뒷모습처럼
집은 보이지 않는 구석들로
스스로 건재하게 버티고 있다
*황미현 2019년 《시작》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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