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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호/신작시/신정민/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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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997회 작성일 16-12-3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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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신정민







쿠키 상자를 묶기엔 조금 길고
나무에 걸어 목을 매달기엔 미끄러울 것 같다



간혹 눈에 밟힌다는 찰나



풀 더미 속으로  
몸을 먼저 감추는 바람에
저보다 내가 더 징그럽단 말이 성사된다



멀어지고 있는 우리 사이를 이어주기엔 짧고
어디서 매듭을 지어야 하나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던 비운 한 토막



고무줄도 아닌 것이 
실크 넥타이도 아닌 것이
리본 인 듯 해줄 수 있는 일이란



휘어지고 있는 곡선의 정점에 힘을 주고 나아가는 것
풀어서 쓰기엔 어딘가 좀 부족한 유혹



여자의 발에 밟혀
나의 모든 기도를 함께 듣고 있다





검은 블루



블루,
하고 발음하면
젖을 빠는 입모양이 되어 좋아
연필 속에 남아있는 글씨
깊은 바다에서 온 블루
밀려오는 거품 훔칠 수 있어 좋아
우후, 즐거운 비명
갈증이 핑계인 맥주 한 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인디고
꿀꺽 꿀꺽 넘어가지 않아서 좋아
첨탑 끝에 앉아있는 까마귀
새벽에 꺼진 가로등
그 뒤로 번지던 겨울의 깊은 다섯 시
검은 블루 속에 숨어있는
좁은 계단들 같아 좋아
작은 방에 둘러 앉아
떠오르지 않는 기도문 때문에
말끝마다 참, 참, 참을 반복하던
수줍은 소년 같아서  
블루, 블루 하고 발음하면 
노래 없는 후렴같이
괜히 배가 불러 좋아





**약력:전북 전주 출생. 2003년 〈부산일보〉 신춘 당선.시집 『꽃들이 딸꾹』, 『뱀이 된 피아노』, 『티벳 만행』, 『나이지리아의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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