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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호/신작시/이영옥/도마뱀이란 이름이 부적합한 도마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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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277회 작성일 16-12-3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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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영옥





도마뱀이란 이름이 부적합한 도마뱀




너는 너를 버리고 도망간다. 기차가 철길 위에 침목을 벗어두듯이
침목은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더 검어진다



마지막을 빠져나온 끝이 머리가 되고
잘린 꼬리는 상처의 자장을 천천히 벗어난다



너는 새로 돋아난 꼬리를 감추고
주름진 눈을 몇 번 깜박인다



아무도 없는 철로변에 반갑게 꼬리를 흔드는 메마른 풀



기차가 끝이 내렸던 장소를 찾아오면
우리에겐 누구도 믿지 않는 믿음이 생긴다



고층의 천장과 바닥이 어쩔 수 없이 같은 허공이듯이
너는 매정하게 너를 버리고 우리가 된다




 *도마뱀은 적을 만나면 꼬리를 자르고 도망간다. 잘린 꼬리가 혼란을 줄 동안 도마뱀이 도망간다.





심야택시




자정이 지난 불빛은 전단지처럼 굴러다녔다



그는 심야택시 뒷좌석에서
전등 스위치를 내리듯이 눈을 감는다



덜컹이며 따라온 창문 하나가 그의 얼굴을 칸칸 열어본다



그는 내면의 창틀에 광풍을 삼킨 유리를 갈아 끼운다
죄어오는 기억마다 살얼음이 낀다



아무리 지나가도 입김을 허옇게 내뿜는 밤
창문은 한 칸 물러서서 멀겋게 떠있다



할증 붙은 시간은 또박 또박 끊어져 돌아가고
한 번 바닥으로 돌진했던 심연은 어떤 속도로도 빠져 나갈 수 없는





**약력:경북 경주 출생. 2004년 《시작》으로 등단,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부산작가상 수상. 시집 『사라진 입들』, 『누구도 울게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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