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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호/신작시/박민수/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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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947회 작성일 16-12-3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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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박민수








한 생애 오랜 길을 걸어왔다.
되돌아보니 아픔도 있고 슬픔도 있고
기쁨도 있고 아름다움도 있다.
어느 오두막집 좁은 골방에서
울음소리로 시작한 내 삶의 길
가혹한 추위도 있고
전쟁의 포성도 있었다.
갈 길은 보이지 않고
바람만 황량한 날의 외로움도 있었다.
그래도 늘 내 눈에 흐르던 눈물은
따듯했다.
슬퍼도 따듯했고 추워도 따듯했다.
내 삶을 이끌어가는 것은 눈물이었다.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가 홀로 먼 곳으로 소 장사를 나가
돌아오지 않았을 때
집 앞 철길 멀리 바라보며 
홀로 흘리던 눈물도 따듯했다. 
세상은 온통 눈물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그 따듯했던 눈물의 힘으로
나는 오늘도 남은 한 생애
앞길을 바라보고 간다.
거기에도 눈물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것은 따뜻할 것이고,
흘린 눈물만큼 아름다울 것이다.
길은 언제나 새 길로 이어지는 것,
그 길도 아팠던 만큼 다시금
따듯하고 아름다울 것이다. 




겨울



어느 날 겨울이 내게로 오더니
깊은 고독을 안겨주었다.
먼 산엔 흰 눈이 있고 창으로 보이는 저 멀리
바쁜 차량들이 달려 어디론가 가고 있지만
닫힌 문 속에서
여전히 세상은 고요하고
바람도 나무 끝에 매달려 흔들거리며
홀로 추위를 견디고 있다.
나는 아무에게도 전화조차 하지 않고
먼 산의 흰 눈, 달리는 차량들의
고요를 보며 잠시 아득한
슬픔의 울렁임 속에서
흐르는 시간의 발걸음 소리를 듣는다.
머지않아 다시 봄이 올 것이고
창문을 열면 꽃피는 소리
새 우는 소리, 멀리서 달려오는
따듯한 하늘 바람소리들이
분주히 나의 고독을 다시 또
깨울 것이다.
그때 나도 문득 하늘 향해 기지개를 펴고
다시 바쁜 숨소리를 낼 것이다.
새들이 여기저기 어울려 기쁜 것처럼
나도 다시 기쁜 숨소리로 
생명의 날개를 펼 것이다.
한 겨울 나를 침묵 속 먼 산을 바라보게 했던 
고독이 더불어 내 손을 잡고 
강가의 풀숲, 거기에서 눈뜨는
초록색 작은 풀잎들과 눈빛 마주보자고
나를 보챌 것이다.
이 겨울 고요하지만, 고독하지만
그날 그 강가의 풀숲 초록색 작은 잎사귀들은 
더 기쁘게 내게 이리 오라, 이리 오라고
나풀거리는 손짓을 보낼 것이다.
그것들이 모두 사랑일 것이다.  






**약력:1975년 《월간문학》 신인상. 시집.『강변설화』, 『개꿈』, 『낮은 곳에서』, 『잠자리를 타고』 등. 춘천교대 총장 역임. 현재 <박민수뇌경영연구소> 설립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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