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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호/신작시/방지원/간격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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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947회 작성일 16-12-3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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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방지원





간격




오늘아침 한 무리 새들의 비상이 있었습니다
한 점 흐트러짐 없는 하늘의 질서
오직 한 곳을 향한 공손한 날개로
허공을 다스리는 절묘한 선회
차가운 그들의 뒷모습은 꼭 당신을 닮았습니다
서로서로 날개 비끼는
고도의 배려가 참 놀라웠습니다
그 간격은 신비롭고
또 그 행간의 여백은 얼마나 눈부신지요
그래서 우리의 좌표도 달라져야 한다고 마음먹습니다
몸에 밴 체념 아닌 관용으로
뜨겁게 끓어오르는 우리 시 한 편 골라
하늘에 띄우렵니다
그래야 푸르게 비상하는 당신을 향해 목마르지 않을 것입니다
꼭 알맞은 거리를 빚는 절제와 인내의 창공을
새들은 그만큼의 가슴으로 날고
우리도 적절한 별리別離입니다.





말라가는 것들



해를 실컷 본 것이 좋대서
볕 잘 드는 빈 집에 널어놓은 표고버섯
며칠 사이 바짝 말라 진동하는 시간의 냄새
아무도 모르게 조글조글 뒤틀리며 안으로, 안으로 굽어든
풋풋한 선홍빛 시간들
거룩한 예식 치르듯 조용히 몸 맡겼을 검버섯 핀 몸뚱이

생것들 모두 허공 붙들고 살지
다 마르고 나면 그만인 질깃한 생애
어느 틈에 키가 줄고 골다공증도 생겨
당신과 나의 가슴은 숭숭 구멍 뚫린 상태라지
그 어느 여름 뜨겁던 태양도 지금쯤 고개를 숙였을까

말라붙은 할머니 가슴팍을 익숙하게 조몰락조몰락
엄마보다 만만하고 좋았던 아이는 할머니 빈젖홀릭*
처음부터 빈 젖인 줄로만 알았던 할머니의 진한 세월도
그렇게 조금씩 흩어졌을 터
말라가는 것들이 아릿하게 추억하는
풋풋한 날의 풍요.



*홀릭 : holic 중독자.






**약력:서울 출생. 1999년 《문예한국》으로 등단. 시집 『한 고슴도치의사랑』, 『비단슬리퍼』, 『달에서 춤을』, 『짝사랑은 아닌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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