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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호/신작시/이아영/으아리꽃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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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190회 작성일 16-12-3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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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아영





으아리꽃



흔들리는 햇살이 빗금 긋는 식물원에
어김없이 하얀 으아리꽃이 피었지



아무도 손대지 않은
그날의 삼계탕 한 그릇처럼
그의 하루하루가 식어가고 있다는 걸
으악, 으아리꽃 너는 보았지
여덟 꽃눈을 차마 뜨지 못했지



갓 예순 고개 넘어가지 못하고
경고음을 울리며 실려 가던 순간을
덩굴타고 오르던 너는 알고 있었는지



머리는 붕대로 칭칭 감고
야윈 목엔 구멍 뚫어
얼기설기 걸쳐진 호스는 너의 줄기 같았지



차츰 초록 생기 잃어버리고
실어증 그림자 서서히 드리워져
눈 깜박이로 신호하던 촉수마저 멎어버렸지



그 이듬해 다시 피고지고 열매 맺어도
너는 볼 수 없었지
묵언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는 수행자가 되었을까
유월 햇살의 주름 같은 하얀 으아리꽃





개심사開心寺



상왕산 자락 고즈넉이 자리 잡은
예스러운 심검당尋檢堂 배흘림기둥 품어보네
윤장대輪藏臺 돌리듯
한 바퀴 돌고 나온 뒤
연못에 떠 있는 배롱나무 꽃송이들



알 수 없네 알 수 없네
광속보다 빠르게
멱라수에 몸을 던진 굴원*이 보이는지
그것은 물고기 밥이 아니지
댓잎에 싸서 던진 찰밥도 아니지



어느 겨울 휴휴암 거북바위에 서서
처얼썩 처얼썩 거센 파도소리 들으며
물속에 누워있는 관음보살을 찾았지만
열지 못한 마음의 빗장이었을까
부처의 발바닥만 보고 왔다네



늦가을 붉게 물든 저물녘 지금
그간 담금질해오던 닫히지 않은 문을
개심사 도량道場에 쉼표 하나 찍고
화들짝 문고리 잡아 당겼네  




* 굴원屈原 :춘추전국시대(기원전 343년~기원전 278년) 초나라 충신이며 중국 최초의 시인. 이소와 어부사 등이 있음.






**약력:경북 상주 출생. 2001년 계간 《자유문학 》으로 등단. 순수문학상, 열린시학상 수상. 시집 『돌확 속의 지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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