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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호/신작시/하재연/양피지의 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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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120회 작성일 16-12-3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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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하재연





양피지의 밤



이런 밤마다
나의 시간이 얇아지고 있다.
짐승의 가죽과 같이
늘어나는 것 헤어지는 것 결국 구멍이 나 버리는 것들.



구멍 너머로
먼 세계가 보인다.



우주의 커다란 손가락으로 토성의 고리를 만지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아름답고 얼얼하게
투명한 글자를 쓴다.



시간을 이어 붙여 생긴 삼각지대에
너의 이름 앞으로 초대장을 쓴다.



안녕, 하는 입술의 벌어지는 ㅇ과 닫히는 ㅇ을
소리 없이 흉내 내며 눈이 그칠 줄 모르는
꿈속의 네 집 앞을



발바닥으로 무용하게 쓸고 있었다.



토성의 고리가 되어 버린 어떤 죽음을 생각하며



네가 도착할 수 있는 거리를
처음으로
발명하기 위해





적기



떨어지는 눈송이의 모양은 완전하지 않다고 한다.
프랙탈, 당신,
당신, 나, 프랙탈,



너와 나는 불완전하게 다만 서로를 증식시킨다.



북극의 프랑켄슈타인과 같이, 빙하에 걸린 구름과 같이
쪼개지는 얼음과, 흩어지는 얼굴과



늘어나는 혀로 나의 이름을 부를 때,
맨발로 우르르 침몰하는 너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나의 이름이
나의 얼굴을 덮고
나의 시간이
나의 이름을 덮고



플라즈마, 하고 써 둔 백지 위로
새벽의 빛이 지나가고
 
너에게서 한없이 이어지는 너와 같은 표정들을
나는 다음 새벽의 빛으로
잇대어 읽을 수밖에 없었다.




**약력:2002년 《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 『라디오 데이즈』,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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