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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특집II/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김태일/술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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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II
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
김태일
술
술은 어제와 오늘의 틈에서 익는다.
가끔 엉뚱한 제안서를 올리는 술
골목이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간다.
술은 밤을 얼큰하게 다스린다.
바람소리가 앞가슴을 풀어헤치면
어둠이 붉은 눈을 뜬다.
한바탕 샤워를 마친 숙취가
천방지축으로 갈기를 날린다.
어둠이 가쁜 숨을 몰아쉰다.
술은 새벽에 옷깃을 여미고 떠난다.
어제의 골목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오늘이 저만치 맨발로 오고 있다.
낙산사 가는 길
파랑새를 따라 굴에 들어간 의상대사가 칠일 간 기도했다.
기도를 마치자 바다에 광채가 비치면서 홍련이 솟아올랐다.
홍련 위에 선 관세음보살이 의상을 불러 가르침을 주었다.
관세음보살의 계시를 받은 의상대사가 낙산사를 창건했다.
부처님이 낙산사의 공중사리탑 준공식에 사리를 시주했다.
바람난 봄을 데리고 시외버스를 타고 낙산사로 가는 길이다.
재를 뒤집어쓴 채 길을 안내하던 오름에게 문자를 보낸다.
지난 산불에 타버린 아름드리나무에 새싹이 돋아나는지요.
오늘도 동해바다가 시퍼런 몸으로 바위를 때리고 있는지요.
녹아버린 동종은 보관을 벗고 맑게 울려 퍼지고 있겠지요.
**약력:2013년《리토피아》로 등단. 편지문집『신라엽신』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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