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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특집II/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이중산/절취·1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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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II
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
절취
부지런히 몸을 핥는다. 냄새를 지운다.
옷깃을 정리하고 신경을 곧추세운다.
신경의 뿌리 주머니가 흔들린다.
목표물을 향한 눈빛이 사방으로 점멸하고
바람의 방향을 읽는 발톱이 정교한 날을 세운다.
투명 망토를 입고 먹이를 덮치는 혈관들이
거센 난류를 일으킨다.
감시의 눈길을 피한 야성의 발톱이
잘 차려진 개밥 한 그릇 쥐고 있다.
캡슐 공장
사이렌 소리가 도시를 뚫고 있다.
그녀가 창문을 열고 소리를 쫓는다.
낯익은 풍경이 사라지고 있다.
마파람이 불 때마다 최루가스 냄새를 흩뿌리던
캡슐공장이 해체 되고 있다. 재개발 소문이 돌던 곳이다.
사방에 분진 막을 두른 앙상한 철골이 나목처럼 서 있고
굴삭기와 포크레인의 쇳소리에 주변이 소란하다.
바닥엔 해체된 구조물이 질서 없이 널려 있고,
한쪽 벽체가 무너진 사옥은 나란히 내장을 드러내고 있다.
지붕이 헐리고, 기둥이 뽑히고, 땀이 증발하고 있다.
쌍둥이를 찍어내는 공장에서 삼십년을 일했던 그녀에겐
아이가 없다. 아이 대신 수많은 캡슐들을 낳았다.
공장은 이사를 했고, 그녀는 남았다.
그녀가 전단지를 뒤적이고 있다.
귀퉁이가 잘려 나간 도시 끝에서 노을이 흔들리고 있다.
**약력:2014년 《리토피아》로 등단. 막비시동인.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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