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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특집II/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최서연/둑방길 가로수 사이에서·1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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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II
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
최서연
둑방길 가로수 사이에서
나무가 서서 죽었다
서서 죽은 나무는
살았을 때보다
죽어서 눈에 더 잘 들어온다
조문 가듯 발자국 숙이고 다가가니
죽은 줄 알았던 나무는
회음이 찢어져 누운 껍질에서
살을 뿜는다
도저히 믿을 수 없어 눈을 비비며
진땀 흘리고 있는 맨살을 바짝 들여다본다
눈물이 상처를 밀어내듯
산 몸을 밀어내느라 몸이 칠흑이다
들숨과 날숨, 숨 따라 거슬러 올라가니
딱딱함과 부드러움은 처음부터 한 호흡임을 알겠다
나는 검은 바탕에 흰 줄무늬,
날개 접은 세줄나비 되어 묵례를 한다
배꼽
5천 4백년 전 나일강
게벨레인 사막 모래에 묻혀있던 미이라가
대영박물관에 누워있다
실핏줄 오그라든 주먹만 한 몸뚱이에
성냥개비 같은 두 팔과 다리는
자궁 속을 출렁거리는 아이였다
주먹을 빠는
빨긋한 그를 보노라니
죽음은,
어머니의 생명을 기억하고 있구나
라고
눈빛이 떨리는 순간
내 몸 어딘가에
푸른 탯줄이 회오리바람 불러
모래알에 묻힌
미이라가 빤히 눈을 뜨고 있다
**약력:2014년 《리토피아》로 등단.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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