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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특집II/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최서연/둑방길 가로수 사이에서·1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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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928회 작성일 16-12-2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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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II

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

최서연





둑방길 가로수 사이에서



나무가 서서 죽었다

서서 죽은 나무는

살았을 때보다

죽어서 눈에 더 잘 들어온다


조문 가듯 발자국 숙이고 다가가니

죽은 줄 알았던 나무는

회음이 찢어져 누운 껍질에서

살을 뿜는다


도저히 믿을 수 없어 눈을 비비며

진땀 흘리고 있는 맨살을 바짝 들여다본다

눈물이 상처를 밀어내듯

산 몸을 밀어내느라 몸이 칠흑이다


들숨과 날숨, 숨 따라 거슬러 올라가니

딱딱함과 부드러움은 처음부터 한 호흡임을 알겠다

나는 검은 바탕에 흰 줄무늬,

날개 접은 세줄나비 되어 묵례를 한다




 

배꼽

 

54백년 전 나일강

게벨레인 사막 모래에 묻혀있던 미이라가

대영박물관에 누워있다

실핏줄 오그라든 주먹만 한 몸뚱이에

성냥개비 같은 두 팔과 다리는

자궁 속을 출렁거리는 아이였다

주먹을 빠는

빨긋한 그를 보노라니

죽음은,

어머니의 생명을 기억하고 있구나

라고

눈빛이 떨리는 순간

내 몸 어딘가에

푸른 탯줄이 회오리바람 불러

모래알에 묻힌

미이라가 빤히 눈을 뜨고 있다





**약력:2014리토피아로 등단.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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