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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특집II/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김설희/자리·1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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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II
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
김설희
자리
큰 돌멩이 아래에 그늘이 누워 있고
큰 돌멩이 위에 깃털 하나 있다
날개 죽지 어디쯤에서 빠져나왔을까
동그랗게 말린 피가 날개의 그늘을 메우고
한 계절이 낯선 계절을 끌고 돌아올 때쯤
피 묻었던 자리는 원래의 상처보다 넓게 가렵다
새것이 앉을 자리는 그렇게 미리 가려운 것인가
체중을 들어 올려야 허공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새
깃털 하나 빈 자리 쪽으로 수평이 기운다
새로운 소식이 그 자리에 누울 동안
얼마나 더 아프고 근질거려야 할까
우두커니 깃털 빠져나간 시간을 지켜보다
몇 년 전에 빈 아버지의 자리에 누워본다
바람결보다 더 고운 숨결이 먼저 누워 있다
환청
손톱처럼 자라나던 어떤 소리 하나가
자정 너머까지 물장구질을 한다
평일에 들어보지 못한 언어들의 발자국이 깊다
앉을 자리를 찾아 떠도는 소리들이 잔뿌리를 내린다
듣지 않아도 들리는 소리의
가느다란 뿌리들이 빈틈없이 살아나고 있다
내 속에서 무슨 소리가 일어서고 있다
소리를 따라 거리를 누빈다
귓구멍 어디쯤에서 내어준 언습일까
바람의 넓은 등에 금방 지워질 기록을 쓴다
몸에서 몸으로 넘나드는 소리의 내면
거처도 없는 낱말들이 낯선 몸들을 건너간다
그녀는 종일 말들을 따라 다닌다
**약력:2014년 《리토피아》로 등단.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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