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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특집II/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김종찬/셋방있음·1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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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II
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
김종찬
셋방있음
―연밥
울산 방어진 산 27번지
야트막한 산 오르막길을 오르면
파란 대문집 개조심이란 팻말이 있어요
그리로 오면 됩니다 마당에 연꽃이 피어 있지요
월세도 되고요, 보증금 조금 걸어도 돼요
방방마다 신혼살림이 대부분이고
조선소 용접공 박씨 파출소 순경 허 씨 목수 이 씨 등
주인을 포함해 일곱 가구가 모여 살지요
쥐뿔도 없는 살림살이 진흙 속에서 꽃을 피워보겠다고
철야 잔업 특근으로 희망의 싹을 키우고
푸르디푸른 줄기를 물 밖으로 밀어 올리지요
차차 잎이 넓어지더니 꽃대가 생겨났어요
태풍이 불고 장대비가 쏟아져도 휘청일 뿐
절대 쓰러지진 않지요
달이 뜨고 보름이 지나면 꽃이 피어요
달은 치마 속으로 숨어들고 열매는 익어가죠
까맣고 단단한 아이들이 고개를 내밀어요
아이들의 웃음이 비좁아 지기 전에
모두들 새 집으로 이사 갈까 궁리 중인데요
바람이 꽃대를 흔들어 방 한 칸 기어이 비우고 말았네요
작은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
신호가 바뀌자 우르르 도로를 횡단하는 사람들 뒤에
무리를 벗어난 누처럼 그 자리 맴도는 시각장애인이 있었네
저녁 어스름, 어디로 갈지 방향을 잃고
수척한 벚나무를 끌어안고 몸을 비비고 있었네
애벌레처럼 여러 번 허물을 벗더니
나비가 되려고 번데기로 탈바꿈하고 있었네
나무의 껍질 틈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고
봄이 오면 날갯짓을 하며 유유히 횡단보도를 건널 것이네
30년 안마사로 몸 담아온 K프라자 상가 15층
엘리베이터 숫자버튼 15에 일곱 개의 알을 낳고 있었네
봄과 여름이 가도 알은 딱딱하게 굳어가고
손가락 끝으로 읽는 나비자리 별 일곱 개
승강기문이 열리자 후드득 날아가는 작은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
**약력:2015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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