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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특집II/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김다솜/싸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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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II
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
김다솜
싸인
그룹채팅 딸꾹질소리 무음으로 해놓고
허공에 맴도는 매미합창을 감상하고 있는데
이름 없는 전화번호 문자가 꼬박꼬박 답 해달란다
유명이자 무명, 무명이자 유명한 나에게
항아리 적힌 시詩가 좋다며
시집 있으면 싸인해서 보내 달란다
자장암의 금개구리, 길을 가며 길을 묻고 책처럼
싸인을 정말 멋있게 잘한다면 또 몰라도
아직 싸인 한두 번밖에 못한 나는
누구인지 모를 유령에게 보여주기 싫었다
몇 날 며칠 잠 좀 잘려면 나타나는 불안과 칭찬의 문자
시집 없다 하니 ㅅㅈ문학 책에 해서 보내달란다
싸인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지만
훗날 시집이든 책이든 나올 것인데
굴림체, 궁서체, 돋움체, 휴먼 편지체……,
자장암의 금개구리, 길을 가며 길을 묻고 책의 싸인은
그분들은 노력한 것일까. 타고난 것일까.
어느 동행
송편도 절편도 아닌 무슨 편을 빚는다
갑자기 어느 물결이 편, 편 만들지 말라는 뜬금없는 소리 듣는다
아니 하늘과 땅, 허공이 다 내 편인데
먼지들이 앉았다 사라지는 편, 편들의 세상에
내 편이 어디 있나? 찾고 싶어 방, 방마다 들어가니
장롱, 책상, 가방, 온갖 책이며 옷, 컴퓨터, 잡동사니
말 한마디 못하는 벙어리들이
깔깔거리며 나를 보면서
“시나 잘 써!”
어제 함께 밥이며 국 먹은 사람들이 내 편일까?
어제 함께 웃으며 울었던 사람이 내 편일까?
어제 함께 일하던 손과 발이 내 편일까?
숨바꼭질하듯 골목길을
지나가는 바람처럼 내 편은 없었다.
아무도 모르게 내 편 되어 달라 부탁하려니
막상 전화할 곳이 없었다.
여행이든 게임이든 혼자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네 편, 내 편 만들어 비석치기, 줄넘기, 술래잡기, 윷놀이,
카드놀이, 크고 작은 공, 공, 공놀이…… 우울한 망상을 그만하자.
물끄러미 바라보는 밤하늘이 시詩
그럼 시詩는 누구의 편일까?
로댕처럼 턱을 고이고,
**약력:2015년 《리토피아》로 등단.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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