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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특집II/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김다솜/싸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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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II
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
강시현
할매들
항렬行列이 높아서
뒷집 할매한테
존대 듣기가 민망한 마을
기다림이 파마머리만큼 길어서
명절이 되어야
밤불이 환한 마을
코끝에 안경을 걸고 소일거리 화투판이 열리면
말끝이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는 마을
구부정한 해거름에 영감들 밥상 보러 갈 참이면
할매들은 동전 몇 백원에 상했던 비위가 풀어지고
똑같은 날들이 내일 또 있다
새로 도로가 생겨 몸 상하는 이웃들이 있어
겨끔내기로 문병이 인정인 마을
그러다 상여 타고 왕버들 洞口 지나 떠나가도
닳은 고무신 같이 할매들 아직 거기에 있다
혼자 먹는 밥
흰 목덜미 같은 사발에 밥 한 주걱 퍼서
식은 시래기국 부어
불꺼진 저녁 천정 마주하고 병자 같이 먹는다
얻은 기억은 가물가물한데
내놓아야 할 것이 줄지어 섰다
다가온 것들은 희미하고
떠나갈 것들은 또렷하고 당당하다
머리카락이 시간의 바람에 날려 바래고
바람도 나이가 들고
허리 굽고
이제 몸밖도 몸안도 조금씩 내놓고
아끼는 것들은 붙잡지 않아도 차가운 온도로 떠난다
매달릴수록
떠나보내는 것들이 구름져
비 되어 내린다
무엇을 기다리든
허기진 것들은 혼자 먹는 밥처럼
절망인 척하는 것이다
애매한 질문은 되돌려주는 것이다
훌륭한 해답을 알고나 있는 듯이
**약력:2015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태양의 외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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