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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신작시/전주호/시집에 손을 베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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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979회 작성일 16-12-28 18:13

본문

신작시

전주호





시집에 손을 베다



급히

한 장 넘기려는 순간,

손가락을 베었다.

 

 

아차, 하는 사이

베인 살 속에서

빨간 꽃송이 뭉클 피어오른다.

 

 

누군가의 마음

곱씹지 않고

성급하게 넘기려한 탓이었으리.

 

 

삶 또한 그랬다.

성급하게 읽어 내려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마음 베이고

상처가 덧나곤 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순간,

현기증이 인다.

 

날선

내 마음의 페이지를 넘기려다

마음을 베이고

상처가 덧난 이들이 어디 한 둘이었으랴.


시의 마음을 들여다보다,

베이고 나서야


내가 보인다

주변이 환하게 들여다보인다.





수선화가 피어있는 풍경

 

 

6개월을 갓 넘긴

아가

배밀이를 한다.

 

줄무늬요 위에서

연신 팔 다리를 흔들며

며칠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세상을 향한 첫 항해다.

 

삼등신, 비정상적으로 큰 머리

아가는 무거운 머리를 들어 올린 다음,

두 팔과 두 다리를 힘차게 내저으며

넘실거리는 줄무늬 파도를 넘고 또 넘는다.

 

엄마가 크게 벌린 팔 안으로

거센 파도를 넘어 아가가 다가온다.

 

내려다보며 엄마가 웃는다

아가가 웃는다

밥풀처럼 자라난 두 개의 이도 따라 웃는다.

 

깊은 곳에서부터

한 겹 한 겹 겹쳐진 마음들이

노란 수선화 꽃잎처럼  

한꺼번에 활짝 피어나는 순간,


연두빛 봄물이 번져나간다.

온 세상,

봄내음 천지다.






**약력:1999심상으로 등단. 2002대전일보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슬픔과 눈 맞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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