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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신작시/손옥자/마이너스 통장의 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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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044회 작성일 16-12-28 18:21

본문

신작시

손옥자




마이너스 통장의 꿈  


 

개구리가 알을 낳아요

끼르끼르 뜨르르

올챙이가 알에서 나오는 소리는 더 요란하죠

체크드푸푸 체크드탁

 

 

현금 지급기의 문이 열려요

몇 개의 낚시줄을 달고 통장이 남자 앞에 떨어져요

마이너스

마이너스

 

마이너스, 그 가는 낚싯줄에 올챙이 몇 마리가 달려 나와요 -999

아직 알에서 깨지 못한 올챙이도 있어요 0000

알 속에서 모로 누워 있을 올챙이를 생각해요 6666

태아처럼 몸을 웅크리고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요?

 

지나친 꿈은

세상이 쳐 놓은 낚싯줄에 걸리기가 십상이라는 걸

한번 걸리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걸

남자는 낚싯줄에 걸리고서야 터득했죠

 

그들이 개구리가 되어

훌쩍,

자기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그런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남자는


오늘도 은행에 가서 그들의 꿈을 확인하죠





그릇이 그릇되기 위해서는

 

 

서서히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얼룩, 나는 그릇을 집어

가차 없이 닦아내기 시작한다

그릇 속, 혹은 그릇 밖의 그릇됨을 지적하고

시정하기 시작했다

검은 딱지!

김치 국물!

단호하게 지적하면서

그릇이 그릇되기 위해서는 그릇되지 않아야함을 강조하면서

하나씩 벗겨가는데,

 

깨끗이 닦아서 엎어놓은 그릇 엉덩이에

검은 반점 하나

손가락으로 쓱 닦으려는데 쉽게 닦여지지 않는다

그릇을 집어 손톱으로 긁어내는 데도

앙칼지게 붙어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냐

수저로 박박 문질러보지만 소용이 없다

좋다

그 그릇을 한쪽에 놔두고

얼른 다른 그릇들을 잽싸게 닦아낸다

 

저녁 때,

한쪽에 따로 놓아두었던 그릇을 집어 뒤를 살핀다

말끔하다

 

   그 동안 습기가 다 빠져버린, 말라빠진 검은 반점이 제풀에 떨어진

것이다


시간이었다

조금 더 기다려주었어야 했다 

다그치지 말았어야 했고

조금하게 굴지 말았어야 했다

기다림, 그것이 답이었다






**약력:2002심상으로 등단. 시집 배흘림 등잔, 1번 출구 혹은 3번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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