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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신작시/김해경/엔젤트럼펫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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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015회 작성일 16-12-28 18:25

본문

신작시

김해경




엔젤트럼펫



브루그만시아*가 입을 열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 부질없는 사랑

이제는 그만이라고

어제는 없던 꽃잎

팝콘처럼 부풀리면

달아났던 사랑이 돌아오기라도 하느냐고

 

울대가 터질 듯

뿌앙~ 뿌앙

나팔을 불어대지만

눈멀고 귀 먼 사랑

달아난 지 오래

사랑은 그렇게 큰 나팔로 불어댈 일 아니라고

 

가만가만

아주 작은 음으로

들릴 듯 말듯 해야

몸과 몸이 블루스, 블루스

영혼과 영혼이 스치듯 미끌어지고

 

대목장으로 시끌한 재래시장 한켠

키 큰 엔젤트럼펫이 콜라텍 입구를 장식하고

세상과 관계 없는 사람들이 천사를 만나러 간다

눈치 빠른 악사들은 그들을 숨기려

녹슨 나팔을 불어대는데

고개 숙인 사람들이

트럼펫 주둥이로 빨려 들어가는 황혼녘이다




* 엔젤트럼펫 중 꽃이 땅을 향해 피는 종.




달고나

 

 

더럽게 춥고 칙칙한 기억만 남아 있는

양지 바른 골목 끝 달고나 아저씨

연탄 화덕 쪽자에 설탕이 녹아간다

젓가락으로 꼭 찍은 소다가루 휘리릭

적당하게 부풀은 달고나 철판 위에 엎어지고

별 아님 기역이나 리을

달콤함을 맛보려 요동치는 혓바닥과

또 한 판의 달고나를 뽑아내려

침을 바르고

눈을 부릅뜬 채 바늘로 찍어대는 일들이

야바위처럼 오고

 

내가 달고나를 혀끝에서 녹일 때

가난한 친구들이 부러워하고

속빈 내가 또 한 번 달고나를 찍었을 때

어머니의 지갑에서 50원이 사라졌다

50원에서 백원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

달고나를 콕.콕 찌르던 바늘끝이

어느새 내 눈을 찌르고

미각마저 빼앗겨버린 혀는

인생의 쓴맛만 기억해도

달고나가 익어가고 있다

인생은 허방이다

미리 눌러놓은 길이 있어도

적당한 무게감이 주어지지 않으면

한 방에 와그작 무너져 내린다

삶은 또 다른 달고나를 위해 야바위를 해야 하고






 

**약력:2004년 계간 시의 나라로 등단. 시집 메리네 연탄가게. 문화공간 수이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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