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60호/신작시/최호일/기린 외 1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205회 작성일 16-12-28 18:39

본문

신작시

최호일




기린


아파트 화단에서 노인이 어느 모과를 따고 있다

어디서 구했는지

긴 대나무 막대기 끝에 갈고리를 잘도 붙여 놓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끔거리며 쳐다본다

그걸 피하느라

나의 인생이 조금 휘어졌다

 

모과에 맞아 죽으면 어떻게 하나

노인의 침묵 뒤에는 홀로 전장에 남겨진 병사처럼

노랗게 변한 시간과 두려움과

다급한 냄새가 뒤섞여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모과나무는

 

잘못 떨어진 모과에

노인이 맞아 죽기를 바라는 눈치는 아닌 듯했다

 

노인이

어서 빨리 기린이 되기를 바라는 듯했다

기린과 노인의 곤란하고 유기적인 관계 때문에

모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조금 더 우아하게 길을 걸어가려고 하던 여자들도

모과 속에서 나와

벌레처럼 기어다녔다




즐거운 구름


 

자 모양의 테이블이 있고 테이블보가 있고 화병이 놓여있다


오함마를 가져와


그것으로 테이블을 내리친다 산산이 부서진다


티브이를, 창문을 내리친다


벽에 걸린 시간을 내리친다


그것으로 장롱을 내리친다


산산이 부서지는 티브이와 창문과 많은 시간과 장롱들


장롱 속의 이불을 내리친다


모르는 사람의 손을 잡은 것처럼


공중으로 솟구쳐 오르는 구름




 

**약력:2009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바나나의 웃음.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